추분과 가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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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한(前漢)의 유안(劉安)이 쓴 ‘회남자(淮南子)’란 책엔 ‘見一葉落而知歲之將暮 覩甁中之氷而天下之寒(견일엽낙이지세지장모 도병중지빙이천하지한’이란 구절이 있다. “작은 것으로 큰 것을 아나니, 잎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 세월이 장차 저묾을 알고 병 속의 물이 어는 것을 보고 천하가 추워짐을 안다”는 뜻이다.

‘문록(文錄)’이란 책에 당나라 무명시인의 인용한 ‘山僧不解數甲子 一葉落知天下秋(산승불해수갑자 일엽낙지천하추)’란 시구도 있다. “산 속의 스님은 날짜 세는 법을 모르니, 잎 하나 지는 것을 보고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는 의미다. 그렇다. 우리는 나뭇잎 하나(一葉)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온 것(知秋)을 안다.

▲어느덧 추분(秋分)이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며 세월의 빠름을 느끼게 한다. 추분은 양력 9월 23일 무렵으로, 음력으론 대개 8월에 든다. 이날 추분점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 천문학상으론 태양이 지구의 북에서 남으로 천구의 적도와 황도가 만나는 추분점을 통과할 때다. 24절기 중 16번째 절기로 계절의 분기점으로 본다.

추분부터는 밤의 길이가 차츰 길어져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다가옴을 알 수 있다. 어제 오늘의 날씨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옛 선조들은 추분이 지나면 천둥소리가 없어지고, 벌레들은 땅속으로 숨고, 물이 마르기 시작한다고 했다. 이즈음부터 추수기이므로 온갖 곡식이 풍성하다. 농촌에선 가을걷이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27일)이 성큼 다가왔다. 이래저래 차례상 준비로 분주하다. 秋夕(추석)은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이다. 나아가선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 즉 ‘달 밝은 가을 밤’이란 뜻이다. 추분을 기점으로 밤이 길어지니, 가을은 긴 밤을 은은하게 밝혀주는 달의 계절이라 할 만하다.

다행히 이번 추석엔 둥근 보름달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최고로 큰 ‘슈퍼문(Super Moon)’으로 말이다. 슈퍼문은 지구에 가장 근접하는 보름달로 평소보다 크고 밝게 보인다. 올 들어 제일 작았던 3월 6일 보름달보다 약 14% 정도 더 크다고 한다. 보름달이 뜨는 시각은 제주의 경우 27일 오후 5시51분, 지는 시각은 28일 오전 5시3분이다.

꽉 찬 보름달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 문화권에선 풍요를 상징힌다. 그래서일까. 둥실 떠오른 보름달은 우리들의 마음을 넉넉하고 푸근하게 할 게다. 우울한 일이 있다면 가을 밤을 훤히 비추는 달을 보며 위안을 얻자.

고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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