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지 화목.화합 다지는 의미 커...차례상은 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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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추석 문화는...] "유교적인 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추석(27일)이 코앞이다. 이날 달도 ‘슈퍼문’이 뜬다는 소식이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풍요롭다.

 

제주지역의 추석 명절 풍속은 본토와 떨어진 탓에 독특하고 차별적이다. 제주에서 추석을 일컫는 가장 흔한 표현은 ‘팔월 멩질(명절)’이나 ‘고실(가을) 멩질’.

 

향토사학자들에 따르면 제주지역 추석은 곡식과 과일이 드물고 음식문화도 발달하지 못한 탓에 제물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반면 친지간 화목·화합을 다지는 의미는 단연 돋보인다.

 

제주의 추석 차례는 육지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격식을 덜 따지고 상차림도 간결하다.

 

예로부터 추석날 제주도민들은 일가친척이 빠짐없이 모여 집집을 돌았다. 육지에서 조상 합동으로 차례를 지내는 반면 제주에선 조상별로 상을 차렸다. 예컨대 조상이 6분이면 상차림도 6개다. 큰집에서 차례 지내고 다시 작은 집에 가서 차례 지내는 풍경이 일반적인 이유다.

 

음력 8월 1일부터 15일 명절 전까지 진행되는 ‘모둠벌초’는 제주 추석의 상징 중 하나다.

 

몇 대조 이하 자손들이 모여 수십 명에 달하는 문중 식구가 조상 묘를 찾아 벌초하는 이 행사는 해당 시조에서 발원한 혈연과 유대를 과시하는 일종의 단합대회 성격을 띠고 있다.

 

제주의 추석 제수는 다른 지역에서 나지 않은 귀한 생선인 옥돔과 대표 과일인 감귤이 손꼽히지만 사실 제사상에 오르지 못하는 음식은 거의 없다. 과일 중에 복숭아와 자두, 생선 중에는 꽁치, 갈치, 고등어 정도만 금기시된다. 제주도민들이 평소 먹던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아무래도 먹을 것이 부족하고 음식문화도 발달하지 못했던 환경적 요인이 반영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빵이 제사상에 등장하는 점도 본토와 다르다. 육지에서 빵이 제사상에 오르는 일은 드물지만 제주에서는 흔하다. 롤케이크나 카스테라는 물론 초코파이까지 상에 오른다.

 

제주도민들은 명절은 물론 제사를 지내는 집에 갈 땐 소주나 주스 한 병, 초코파이 한 상자라도 꼭 사서 간다. 제삿집에선 고인에게 맛을 보시라는 의미로 그것을 상에 올린다.

 

파제하고 나면 집 주인은 제사 손님들에게 밥과 국을 제외한 모든 제사 음식을 조금씩 싸준다. 이를 제주방언으로 ‘찍시’ 또는 ‘나시’라고 하는데 표준어로 옮기면 ‘몫’ 정도에 해당한다.

 

제주도민들은 대부분 귀성길에 오르지 않는다. 육지에 사는 일부 친척이 고향을 방문해 명절을 쇤다. 지옥과도 같은 귀성행렬의 교통 혼잡에 시달리지 않으니 복이라면 복이다.

 

한 향토사학자는 “제주의 추석 등 명절문화는 유교적인 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제사에서 가장 큰 제물은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후손의 진심 어린 마음과 정성”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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