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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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숫자 1이 네 번 겹치는 11월 11일이다. 연중 한 숫자가 연달아 네 번 반복되는 건 이날이 유일하다. 그런 만큼 숫자 마케팅을 펼치기에 매우 유용한 날이다. 유독 각종 기념일과 행사가 많은 까닭일 게다.

농업인의 날, 보행자의 날, 지체장애인의 날, 눈의 날 , 젓가락의 날, 해군 창설 기념일, 섬유의 날, 가래떡데이, 빼빼로데이, 레일데이 등이 그것이다. 세계사적으론 1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이다.

▲그중 농업인의 날은 대한민국의 법정 기념일이다. 1996년에 처음 지정됐다. 한자로 11(十一)월 11(十一)일이 흙 토(土)자가 겹치는 형상을 땄다. ‘농민은 흙에서 나서 흙을 벗 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야말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되새기는 날이다.

한 해 동안 땀흘려 농사를 지은 농민들을 격려하고 농업의 중요성을 일깨우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다. 어느덧 올해로 성년을 맞았다.

보행자의 날도 법정기념일이다. 국토교통부가 걷는 것을 권장하려고 2010년에 지정했다. ‘11’자가 사람의 두 다리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11월 11일로 날짜를 정했다고 한다. 남다른 숫자 감각이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2001년에 제정한 지체장애인의 날도 이날이다. 숫자 1처럼 세상을 향해 당당히 일어서자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지체장애인들은 전체 장애인의 90%가량을 차지한다고 한다.

▲11월 11일은 이처럼 뜻 깊은 날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해당 기관 및 단체 등만의 관심사 일 뿐 대부분의 국민들은 기억조차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적 불명의 빼빼로데이가 기막힌 상술을 앞세워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원에 대해선 여러 설(說)이 분분하다. 그 가운데 1996년 부산지역 여중생들이 키 크고 날씬해지고 싶은 마음에 ‘1’모양의 막대 과자를 서로 주고받은 게 효시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 다음해 국내 굴지의 한 제과업체가 이를 재빨리 마케팅으로 활용해 전국으로 퍼졌다. 그래서 이제는 청소년은 물론 연인과 친구들 사이에 우정을 나누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가래떡은 모양이 ‘11’자를 닮았다. 빼빼로데이 대항마로서 가래떡데이가 나온 이유다. 빼빼로 대신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주고받자는 취지로 2006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마련했다. 농업인의 날을 적극 알리고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인 것 같다. 가래떡데이를 아는 이들이 드문 게 그 예다. 이런 세태가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

고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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