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구용(阿諛苟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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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에 조(趙)나라 기둥이던 염파(廉頗)는 수많은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대장군에 오른 명장 중의 명장이다.

염파가 전쟁터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면 왕으로부터 하사받은 땅과 재물이 넉넉해 전국에서 식객(食客)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다. 그 자신도 식객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해 술자리를 베풀고 함께 놀았다.

한데 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던 그가 진(秦)나라와의 일전(一戰)에서 왕의 오해를 받아 벼슬에서 쫓겨났다. 그러자 식객들이 모두 떠나버렸다. 얼마 후 염파가 재등용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뿔뿔이 떠났던 식객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식객들은 먼저보다 더 많아졌다.

그리고 전처럼 그에게 아양을 떨며 아유구용(阿諛苟容)했다.

위의 내용은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사기(史記)의 ‘염파 인상여 열전(廉頗 藺相如 列傳)’에 실려 있는 일화(逸話)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아유구용이다. 아유(阿諛)는 남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알랑거린다는 뜻이며, 구용(苟容)은 비굴하게 남의 비위를 맞춘다는 의미다.

따라서 아유구용은 남에게 잘 보이려고 구차스럽게 아첨하는 행위를 말한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주견(主見)과 지조 없이 이쪽에 붙었다 저쪽에 붙었다 하는 행동에 쓰인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는 속담과 같은 뜻이다. 그야말로 부간부념통(附肝附念通)이다.

▲요즘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의 ‘갈지자’ 행보가 심심찮은 가십거리가 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그는 지난 8월 하순 팩스를 통해 슬그머니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여당은 “전향”이라며 반색했고, 야당은“배신자”라며 불쾌감을 드러낸 거다.

하지만 최근 김 전 원장은 새누리당으로부터 탈당을 권고받았다. 지난 10·28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지원해 해당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그는 그간 잦은 횡설수설(橫說竪說)로 여야 모두로부터 지탄을 받아왔다. 특히 ‘천안함 폭침’을 ‘천안함 침몰’로, ‘연평해전’을 ‘연평패전’이라고 불러 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이런 행태가 정치권은 물론 우리사회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비록 일부에 한하지만 기자사회도 예외는 아닐 게다. 얼마나 속이 없었으면 이랬다 저랬다 했을까 싶다. 그중 필자와 이런저런 인연을 맺어왔던 이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저마다 나름의 이유를 대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루 종일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마음이 착잡하다.

고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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