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으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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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음식을 먹지 않고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아무 것도 섭취하지 않으면 대체로 7~10일 정도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을 마시면 버틸 수 있는 기간이 40일 안팎까지 늘어난다. 여기에 차와 소금을 적당하게 먹는다면 100일 단식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성인 기준이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끊을 단(斷)과 먹을 식(食)자로 이뤄진 단식(斷食)은 ‘일정기간 음식을 끊고 먹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의학적으론 ‘하루 200kcal 미만으로 영양분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는 행위’다. 그 유래는 인류의 시원(始原)과 함께 한다. 인간의 의지보다 자연환경의 여건에 따라 굶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먼저 주어졌기 때문이다.

본래 종교 수행의 한 행태로 시작됐다. 불교뿐만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교 등 대부분의 종교에서 단식을 채택하는 이유일 게다. 석가모니는 6년의 고행과정에서 피골이 상접하도록 단식을 반복했다.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에서 구출한 모세는 80세의 고령에도 40일간 금식했고, 예수는 30세 때 40일간 물과 소금으로 견뎠다.

▲단식은 세속에 내려와 저항의 무기로 광범위하게 행해졌다. 목숨을 거는 것이기에 처절한 싸움이자 극단적인 행동이다. 그런 점에서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최후의 방법으로 단식만큼 파급 효과가 큰 비폭력 투쟁은 없는 듯하다. 어떤 의사(意思)를 관철하거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수단으로 단식이 동원되는 건 그래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단식이 민주화 운동의 한 방편이 됐던 까닭이다. 그중 지난 22일 새벽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23일간 단식은 지금도 필자의 가슴 속에 남는다. 전두환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1983년, 가택연금 중이던 YS는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하며 그해 5월 18일부터 6월 9일까지 단식농성을 벌였다.

YS의 단식 소식은 정치권과 대학가 등에 입에서 입으로 회자됐다. 당시 대학교 2학년이던 필자도 한 선배로부터 그 소식을 접하고 관련 집회에 참석하려 했던 기억이 새롭다. 결국 종교ㆍ문화계의 동조 단식이 이어지면서 YS는 가택연금 해제를 얻어냈다. 이 단식은 이후 민주화 투쟁을 수면으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됐다.

▲목숨을 건 단식을 경험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YS는 단식과 관련, “굶으면 죽는다”라는 명언 아닌 명언을 남겼다. 2003년 당시 특검법 거부권 철회를 주장하며 단식을 벌였던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위로차 방문한 자리에서다. 그럼에도 생사를 넘나든 단식 투쟁이 우리사회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고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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