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부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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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부모교육 전문 강사>

길가 풀잎들이 이슬을 머금고 반짝이고 있다. 차창문을 열었더니 귓가를 스치는 바람결 또한 싱그럽기만 하다. 아침 햇살은 또 얼마나 말간 표정을 짓는지...


이 순간을 그냥 지나치기가 아쉬워서 아내는 길가에 자동차를 세운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꺼내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남편은 조금 일찍 출근해야 하는 아내를 보내고는 대강 집안 정리를 하고 있었다. 간단하게나마 차린 아침 식탁도 정리하고, 두 아들 학교 보내고 자신도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는 않다. 하지만 직장 다니면서 대학원까지 마치느라 정신없을 때 아내가 자신의 뒷바라지를 살뜰하게 해준 것처럼, 이번에는 아내가 대학원에 등록을 했기에 잘 마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 출근한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걱정 반인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 운전하다가 당신께 전화하고 싶어서 길가에 차를 세웠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아침을 저에게 선물해준 당신이 고마워서 전화하고 싶었거든요. 고마워요. 일 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게 당신이 많이 도와주는 거 잘 알아요. 그래서 이 벅찬 행복을 당신과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전화하는 거예요.”


눈물을 흘리는지 목이 메인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며 남편도 울컥해온다. 그 하루가 잊히지 않는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다면서 참 오랜만에 만난 선배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선배 부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라면 따로 가정교욱이 필요없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부럽고 또 부럽다.


부부가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살다보면 그때그때 넘어야 할 산이 많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무엇을 중심으로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성철 스님은 결혼을 상대방 ‘덕’을 보려고 하면 안된다고 했다.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에서보다 상대방 입장에서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한다. 이 부부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일 하면서 대학원 공부까지 해야하기에 집안일을 맡아 해주려는 남편의 마음을 알기에 아침 출근길의 신선한 행복을 나누고 싶은 아내의 섬세한 감사가 따라와준 것은 아닐까?


주변이 이렇게 아름다운 부부가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이 사회에 긍정의 에너지를 주는 아름다운 일이다. 더불어 본받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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