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많이 질문 받는 것 중 하나가 "식전 약을 식후에 복용해도 될까요?", "제가 속이 안 좋아서 식전에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데요", "식후에 복용할려면 자주 깜박해서 식전에 복용하면 안될까요?", "꼭 식전 30분에(식후 30분 후에) 복용해야 하나요?" 하는 질문이다.
약 중에는 '식전 바로', '식전 30분전에', '식사와 같이', '식사 후 바로', 아니면 '식사 후 30분 후'라는 복약 지도가 되어있다. 이런 복잡한 복약지도는 왜 있는 것일까? 단순히 빈속에 약을 먹으면 속이 쓰려서 식사와 같이 하라는 것일까?
여기에는 그 약 만이 가진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약이 흡수되는 곳은 대부분 소장(그 중에서 초입부분인 십이지장, 공장)이다. 약물이 흡수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위산(pH 1.5-3.5)으로 인한 극한적 화학 상황을 변성 없이 이겨내야 하고(그래서 당의정이나 캡슐형태의 포장으로 되어있다) 화학적 변성이 오기 전에 소장에 도달해야 한다.
복잡한 약동학적 문제를 떠나서 흡수된 후 혈중 약 농도에 유효혈중농도, 최대혈중농도라는 용어가 있다. 유효혈중농도는 약이 효과를 내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약물 혈중 농도를 말하며 최대혈중농도는 약이 흡수되어 최대한 혈중에 올라갈 수 있는 농도를 뜻 한다.
약의 종류에 따라서 최대혈중농도에 빨리 도달해야 효과를 내는 약이 있다. 이런 약은 식전에 약을 복용해야만 수 분만에 위를 통과하여 소장에서 흡수가 빨리 될 수 있다. 당뇨약, 혈압약, 골다공증약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에 당뇨약, 혈압약, 항생제, 소염진통제 등 최대혈중농도에 도달 시간보다 지속적인 유효혈중농도 이상으로 유지 되야 효과가 지속되는 약들은 식사 후에 복용하면 위에서 음식물과 섞이면서 음식물이 위에서 소장으로 넘어가는 시간에 맞춰 서서히 흡수된다. 그리고 골다공증약처럼 흡수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약은 식전 30분에서 복용하고 물을 3컵 이상 복용 후 서서 움직이라고 권유를 한다. 빨리 위에서 물이랑 섞여서 소장으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약의 식전, 식후 복약 지도는 그 약의 최대 효과를 나타내기 위한 방법이며 복약지도에 맞게 식전 약은 식전에, 식후 약은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식전 약 복용 시간을 놓쳤을 때는 식후에라도 복용하는 것이 안 먹는 것보다 낫다고 필자는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