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형 협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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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협 심장혈관내과 전문의>

직장생활을 하는 44세 남자 홍모씨가 한 달 전부터 발생한 가슴 통증이 간헐적으로 지속되어 병원을 찾았다. 가슴 통증은 주로 이른 새벽이나 아침에 발생하였고, 과음을 한 다음날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홍씨는 연말이 다가오며 잦은 회식자리를 갖게 되면서 음주 횟수가 늘었고, 그러면서 통증의 빈도가 증가했다고 한다. 가슴 정중앙이 뻐근하게 조이는 통증이 한번 발생하면 10~15분가량 지속되었고, 빨리 걷기나 등산 같은 운동을 할 때에는 증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홍씨는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 중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의 병력은 없었으나 20년 가까이 하루에 담배 반 갑 정도를 피워왔다. 기본적인 혈액검사, 심전도, 흉부방사선검사, 운동부하검사에서 특별한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의사는 홍씨에게 협심증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였고, 동맥경화에 의한 협심증보다 혈관수축에 의해 발생하는 변이형 협심증이 의심되므로 관상동맥조영술과 경련유발검사를 제안하였다.


변이형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좁아져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협심증과는 달리 관상동맥에 일시적으로 경련이 일어나 혈관이 좁아짐으로써 흉통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전형적인 협심증과 발병기전이 다르지만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심장근육으로 혈액공급이 부족해지고, 이로 인한 흉통이 발생하는 점은 동일하다. 그래서 다른 형태라는 의미의 ‘변이형’ 혹은 ‘이형’이라는 한자어를 붙여 ‘변이형 협심증’ 혹은 ‘이형 협심증’으로 부른다. 음주, 흡연, 스트레스, 추위 등이 위험인자에 해당되고, 서양인보다 동양인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말에는 날씨가 추워지고, 잦은 회식자리로 음주 횟수가 늘면서 변이형 협심증에 의한 흉통으로 진료실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게 된다. 모든 사람이 술을 마시고, 추위에 노출된다고 혈관에 경련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태생적으로 예민한 사람의 경우 발생할 수 있다.


변이형 협심증은 흉통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양상으로 발현될 수 있지만, 혈관 경련이 심하게 발생하는 경우 실신, 심근경색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드물게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 변이형 협심증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확진을 위해 특수약물을 투여한 후 경련 발생여부를 혈관조영술이나 심장초음파로 확인해 볼 수 있다. 변이형 협심증은 일반적으로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아 경련을 예방하는 혈관확장제를 복용하면 대부분 증상 없이 지낼 수 있다. 보통 1년 이상의 투약이 필요하고, 꾸준한 치료 후 경련이 발생하지 않으면, 일부 환자에서는 약물을 줄이거나 중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임의로 약물을 중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실례로 필자는 얼마 전에 변이형 협심증으로 혈관확장제를 복용해 온 환자가 급성위장염에 걸려 구토 증세로 투약을 임의로 중단하면서 혈관경련에 의한 심장마비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시기적절한 심폐소생술을 시행 받아 목숨을 구한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다. 따라서 변이형 협심증 환자는 반드시 심장전문의와 상의하여 약물을 줄이거나 조절해야 한다.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치료를 위해 약물 외에 중요한 것은 금연, 절주 같은 생활습관교정이다. 흡연은 변이형 협심증의 주요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고, 어떤 연구에서는 변이형 협심증 환자의 60~91%가 흡연자라는 보고가 있었다. 금연, 절주는 환자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연말연시가 되면 각종 모임과 술자리로 들뜨기 쉽지만 건강관리는 소홀해지기 쉽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흉통으로 불편이 지속된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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