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아끈다랑쉬오름 -‘억새’ 겨울바람을 머금고 잔근육이 꿈틀댄다
(2)아끈다랑쉬오름 -‘억새’ 겨울바람을 머금고 잔근육이 꿈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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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의 제철은 가을이다. 가느다란 몸통을 비집고 올라온 연한 자줏빛을 띤 이삭을 보노라면 이 땅의 중년들은 가을을 탈 수밖에 없다. 산들산들 가을바람에 흔들려 곧 사그라질 것 같은 억새지만 가을을 보내고 나면 달라진다. 연약한 몸매는 잔 근육이 꿈틀대는 몸매로 변한다. 이름에 걸맞게 ‘억새’가 되는 것이다. 거친 겨울바람에도 굴하지 않은 강한 풀이 된다. 질풍경초(疾風勁草·거친 바람이 풀을 강하게 한다)이다.

억새와 갈대는 모두 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억새는 9월 말부터 피기 시작해 10월 말에 절정을 이룬다. 갈대는 10월에 피기 시작해 11월쯤 만개한다.

억새와 갈대를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서식지다. 억새는 주로 산이나 들의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고, 수생식물인 갈대는 습지, 갯가, 호수 주변 등 물가에 무리를 지어 서식한다.

겨울바람에 억새가 휩쓸리며 내는 스산한 소리를 듣고 싶다면 도내 오름 가운데 아끈다랑쉬오름을 찾으면 된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2593의 1, 2번지에 있는 아끈다랑쉬(198m)는 지척에 있는 다랑쉬오름과 나란히 닮은꼴 오름이다. ‘아끈’은 제주어로 버금ㆍ둘째의 의미를 지닌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한자어로 표기하면 소월랑봉(小月郞峰), 소월랑수(小月郞岫)이라 한다. 다랑쉬오름은 한자로 월랑봉(月郞峰), 월랑수(月郞岫)이다.

아끈다랑쉬는 다랑쉬 동쪽에 야트막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그 굼부리는 둘레가 600m 깊이는 10m 정도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분화구 모양이 마치 원형경기장을 연상케 한다. 굼부리에는 예전에 소나 말의 먹이가 되는 촐(꼴의 제주어)의 주산지였다.

지금은 산행객에게는 억새 군락지 오름으로 유명하다. 가을이 되면 오름은 성인보다 높게 자란 억새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이때가 되면 굼부리에 자라난 풀은 콤바인이 베어낸다. 그 베인 자국을 보노라면 작게는 똬리를, 크게는 원형의 커다란 멍석을 연상하게 한다. 아끈다랑쉬의 억새 추억에 빠진 산행객들은 겨울이 되어서도 억새 숲으로 빠져든다.

다랑쉬오름과 조화를 이루는 아끈다랑쉬 인근에는 제주 4·3사건 아픔의 상징인 다랑쉬굴이 있다. 다랑쉬굴은 길이 30m인 용암동굴이다.

이곳은 4·3사건으로 피신해 있던 주민 11명이 토벌대에 의해 희생된 현장으로, 1992년 발견 당시 유골과 당시 내부에서 쓰였던 항아리, 가마솥, 질그릇, 물허벅, 요강 등의 생활용품과 곡괭이, 도끼 등의 농기구가 발견됐다.

   
◆오름에서 만난 사람들…

김승태씨는 대정여고, 제주제일고, 제주중앙여고, 성산고, 제주고, 제주사대부고, 세화고 등에서 37년간 교직 생활을 했다. 저서로 ‘지미의 맥’ ‘제주의 오름 368(공저)’가 있으며, 교직 생활을 정리한 수상록(隨想錄) ‘그리움이 머무는 곳’이 있다.

그는 도내 오름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유명 인사다. 그의 저서 ‘제주의 오름 368’는 오름을 찾는 이들에게는 필수 도서나 다름없다.

2003년 6월 도내 오름을 모두 오른 후 2004년 8월 무등산(광주 동구)을 시작해 국내 100대 명산을 올랐다.

홍성은씨는 41년의 교육행정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최근에 퇴직했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은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사진애호가들을 상대로 강연할 정도이며 현재 사진교과연구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제주 출신 초·중등 교사와 공무원들로 1999년 결성한 오름 동호회인 ‘오름오르미들’ 회장을 역임했다.

이 동호회는 지금도 매주 토요일 오름을 찾고 있다. 그는 2004년에 제주도교육청 전·현직 공무원으로 결성된 참살이산악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 참살이산악회는 산림청에서 지정한 100대 명산을 중심으로 5월과 10월 2차례 도외 산행과 매달 2회 도내 오름을 찾고 있다.

◆찾아가는 길: 중산간도로(1136번)와 비자림로(1112번)가 만나는 송당사거리까지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여기서 수산리 쪽으로 4.6㎞를 가면 종달리로 가는 삼거리가 있고 종달리 쪽으로 20m를 가서 왼쪽의 길을 따라 1.8㎞를 더 가면 기슭에 도착한다.

정상까지는 15분 정도 소요된다.

고동수 기자 esook@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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