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돌아진오름. 이름부터 참 특이한 오름이다.
산세가 마치 북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라 해서 북돌아진(‘돌아진’은 ‘매달린’의 제주어) 오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매년 봄에 치러지는 들불축제로 이름난 새별오름 동쪽 맞은편에 위치한 복돌아진오름.
제주시 방면에서 평화로를 따라가다 새별오름 지경에서 서귀포 방향으로 약 500m 정도 더 간 후 이 오름을 보면 왜‘북돌아진’이라는 이름이 생겼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만화에서 한 인물이 이마나 머리에 꿀밤 등을 맞으면 혹처럼 머리가 툭 튀어 나오 듯, 오름 정상 부근의 지형이 꿀밤 맞은 듯 툭 튀어나온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오름을 오르려면 우선 차량을 새별오름 근처나, 평화로 건너 맞은 편 적당한 곳에 세워 두고 오름을 품고 있는 마을 공동목장으로 진입하면 된다.
마을목장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데 봄을 맞은 마을목장에는 파릇파릇한 목초가 한창 자라고 있어 마치 초록빛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다.
마을목장과 오름 경계에 다다르면 철조망이 처져 있지만 도착지점에서 좌우를 살펴보면 리본이 묶여 있고 오름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아무 곳으로나 진입 후 오름 오르미들이 다녔던 발자국 흔적 및 리본을 따라가면 된다.
이 오름은 맞은편 새별오름이나 동부지역 따라비, 다랑쉬, 용눈이 등의 오름처럼 별도로 개설된 등반로가 없고, 그저 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발길을 찾아가야 하는데 어렵지 않게 정상을 찾을 수 있다.
정상부에 오르면 아래서 봤던 북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고, 지금 활짝 핀 진달래가 탐방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 오름의 백미는 정상에서 북돌아진과 인접한 괴오름 방향으로 향하는 능선을 걷는 것이다, 이 능선에 서면 서귀포와 대정, 안덕 지역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 온다.
기왕 정상에 올랐으니 북돌아진과 맞닿은 괴오름을 오르는 것도 좋다. 괴오름 역시 먼저 다녀간 오르미들의 흔적이 뚜렷해 이 길만 따라가면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체력과 시간이 남아 있다면 북돌아진오름과 괴오름 지척에 있는 폭낭오름까지 올라, 이 곳 오름 삼형제를 모두 맛본다면 금상첨화이다.
완연한 봄을 맞아 북돌아진오름 인근에는 고사리와 곰취, 두릅을 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오름 산행 도중 휴식을 겸해 허리를 숙이는 수고를 감내한다면 겨울 언 땅을 뚫고 나온 각종 산나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제주지역 360여개의 오름들은 제각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며, 그 이름 또한 다양하다.
그 많은 오름들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오름과 함께 살아온 제주도민들은 우선 그 오름만이 갖고 있는 외형적 특성으로 많이 지었다.
북돌아진오름은 북이 매달린 형상 때문에, 인근의 바리메오름은 오름 모양이 바리(밥그릇) 모양으로 생겨서 지어졌는데 큰 것은 큰 바리메, 옆에 작은 것은 작은바리메오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오름에 깃든 전설이나 역사적 사실 등으로 지어진 것들도 있다.
표선면의 매오름은 매의 전설이 깃들어 있고, 1100도로 인근의 붉은오름은 삼별초 군대가 몽골과 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병사들의 흘린 피로 흙이 붉게 물들었다고 해서 갖게 된 이름이다.
오름 내부에 샘이 있어 ‘새미’라는 이름을 가진 오름들도 많다.
애월읍의 산새미오름은 산에 샘이 있다고 해서 지어졌으며 구좌읍 송당리의 거슨새미오름은 ‘샘이 바다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한라산 방향으로 거슬러 흐른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우도봉, 비양봉, 물메오름처럼 그 오름이 위치한 지명이 오름 이름이 되기도 한다.
조문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