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부족 몸 무거운 사람에게 금피(金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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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진피(귤껍질)

요즘 제주의 오름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전에 몰랐던, 풍광 하나 하나에 새로운 의미와 재미가 더해진다.

미끈하게 흘러내리는 능선도 아름답거니와 산등성이 아래로 보이는 바람에 물결이는 목초들, 심지어 오름 꼭대기에 부는 거센 바람마저도 인상적이다.

그동안 이런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었다. 몰라 본 것은 눈에 보이는 풍광만이 아니다.

이름 붙여 주지 못했던 숱한 잡초와 들꽃들…. 이들이 군락을 이루니 또한 장관이다.

검색해보니 애기수영, 큰김의털 등등. 예전에는 그저 이름 없는 잡초로만 여겨졌던 존재들이었다.

제주 자연에 대해서 인식이 새로워지자, 제주의 아름다운 가치를 전에는 왜 미처 몰랐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어느 시인의 시처럼 누군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고 존재로서 인식되는 것이다.

우리 것을 유의미한 존재로 인식하면 소중한 보호 자산이라는 생각과 함께 다양한 경제적 가치로서의 기회도 생기게 된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안타까운 ‘존재’ 중 하나에는 제주의 자생 한약재도 포함된다.

어렸을 때 반하(제주어로 살마)를 구입하러 다니는 외지인들을 본 적이 있다. 우리들은 반하의 가치도 모른 채 그저 캐고 나서 몇푼 받고 팔면 그뿐이었다.

금은화(제주어로 인동고장)도 그랬고 석창포도 그랬다. 정작 그 약효나 쓰임은 알지 못했다. 그 약초가 지닌 효능의 가치는 우리가 벌어들인 수입에 비교하기 어렵다.

이것이 바로 1차 산업의 한계이다.

약재 상인들이 장화신고 엉덩이를 삐쭉대며 발로 밟아 반하껍질을 까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만 했는데, 이런 사소한 가공만 거쳐도 약재상들은 분명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수입을 거두었을 것이다. 유의미한 존재로 인식해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라고 할 수 있다.

약재를 활용한 다양한 산업화 또한 그 효능을 제대로 인식할 때 발전하는 분야이며, 더 나아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중국에서는 개똥쑥을 연구해서 말라리아 치료제로 노벨상을 받기도 하였다.

이처럼 자생 약재에 대한 인식 즉, 전통지식은 우리에게 유용한 경제적 자원이 되고 후대에게도 큰 미래 자산으로 남는 엄청난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그런 제주의 약초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진피, 즉 귤껍질이다. 과거엔 우리에게 그저 껍질일 뿐이었다.

나 또한 버려지는 껍질에 무슨 가치가 있을까 했는데, 한의학을 전공하면서 진피의 우수한 효능을 알게 되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한의학에서 진피는 ‘理氣藥(이기약)’으로 ‘健脾燥濕(건비조습)’ 작용을 한다.

氣(기)를 돌리는 약으로 비장을 건강하여 濕(습)을 제거한다는 의미이다.

비장(한의학의 비장은 소화기 계통을 포괄하는 의미)이 약해지면 몸이 습해진다.

몸이 무겁고 늘어지고, 자꾸 피곤한 것이 모두 습의 증상이다. 이런 증상은 어떤 사람들에게 자주 보일까,

그렇다. 중년의 배 나온 살찐 사람들이다. 지금의 비만이나 대사증후군이 생각난다.

이를 두고 동의보감에는 ‘氣逸則滯(기일즉체)’라 하여 귀한 사람들한테서 생기는 것으로 힘써 노동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운동이 부족해서 몸의 기혈이 돌지 않아 생기는 증상이라고 하였다. 그러고 보면 운동 부족과 비만이 넘쳐나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약재가 바로 이 진피이다.

과음을 하면 습열이 생긴다고 하는데 술 해독 처방에도 요긴하게 들어가는 약재이다.

이외에도 가래, 소화불량 등 氣(기)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많은 증상에 두루 쓰인다. 이처럼 진피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한 약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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