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몸 달래러 물맞이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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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서 솟은 용천수, 빙수 털어 먹은 듯 '이찔'
쌀 귀한 지절 보릿가루 '개역 한 사발'은 호사

태풍 네파닥의 영향으로 더위가 한풀 꺾였으나 초복(음력 6월 14일)이 지나는 다음 주부터는 낮 평균 기온이 30도 안팎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바야흐로 여름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더위하면 생각나는 것이 피서, 그리고 피서지로는 산속의 계곡이나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를 떠올리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기를 채워주는 물이다.

 

더위를 식혀 줄 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당연히 옛날 과거에도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삼국시대부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물맞이하러 집을 떠나는 날이 있었으니 바로 음력 6월 15일에 행해지는 유두다.

 

유두는 “동류수두목욕”이란 말의 준말로 풀이하면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한다는 뜻으로 선인들은 이날 전신욕을 하면 부정이 없어지고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믿었다.

 

몸을 씻어 상서롭지 못한 기운을 피하려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옛 선인들의 전통 피서법은 어땠는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제주 현지인들만의 여름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 돈내코 옛 물맞이

▲물맞이

제주에는 바다 말고도 더위를 싹 가시게 하는 명소가 있다. 지하에서 용천수가 샘솟는 천연 목욕탕과 폭포가 그것이다. 도두동의 오래물, 돈내코 원앙폭포, 소정방폭포가 그중에서도 손에 꼽힌다. 도심에서 가까운 도두동의 오래물은 용천수가 샘 솟는 곳으로 도두동 오래물축제라는 이름을 달고 지역축제로까지 발전을 했다. 목욕탕 시설을 갖춰놓은 이곳은 예로부터 1등급 수질로 유명하며 살을 에는 듯한 용천수 특유의 차가움은 빙수를 한입에 털어 먹은 듯 아찔하다.

 

돈내코 원앙폭포는 폭이 넓지 않은 골짜기에 5m 남짓한 높이에서 물이 떨어지는데 그 앞에는 속을 투명히 내보이는 에메랄드 빛 소(沼)가 자연 풀장처럼 형성돼 있다. 웅중한 바위와 하늘을 가리는 산림, 차갑고 맑은 물을 가진 돈내코는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이 더욱 믿고 찾아가는 장소다.

 

정방폭포 인근에 위치한 소정방폭포 또한 현지인들이 우비를 입고 물맛사지를 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명소다. 특히 소정방폭포는 서귀포 시내 가까이 위치해 있어 바쁜 농사일과 잡다한 집안일에 지친 제주 아낙네들이 신경통을 고치기 위해 유두날을 시작으로 7월 백중까지 즐겨 찾는다.

 

폭포 물맞이도 아무렇게나 하는 것은 아니다. 더위도 날리고 병도 고치기 위해 시작된 풍습인 만큼 머리부터 어깨 팔 다리로 이어지면서 서서히 몸을 두들기고 평소 고질병이 있는 자리를 집중적으로 투하 범위에 조심스럽게 맞춘다. 물살이 세기에 10분 정도 맞다가 20분정도 바위 그늘에 몸을 말리고 다시 물을 맞는 식을 반복하면 된다.

 

▲ 도두동 옛 물맛이터 모습

▲닭 잡앙 먹는날

한여름철이 되면 돈내코 계곡으로 들어가는 곳곳에 닭백숙·치킨 배달이라는 플래카드를 볼 수 있다. 산골짝 그곳까지 들어와 닭을 배달시켜 먹는 것도 재밌을진대 먼저 나서 논스톱 배달을 외치는 닭집 사장님들의 판매 의지가 존경스럽다.

 

사실 물놀이 후 허기를 닭백숙으로 달래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다.

 

제주에는 특별히 닭을 잡아 먹는 날이 있다. 땀이 많이 나고 체력소모가 많은 여름에 몸이 허함을 방지하기 위해 보양식을 먹는 것도 노동에 지친 제주사람들이 물맞이를 가는 것처럼 몸을 보(保)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요즘은 보통 삼복으로 많이 알려진 초복·중복·말복에 소위 개장국이나 삼계탕으로 몸보신을 하는 경우가 많은 데 옛날 제주 사람들은 이 때가 아닌 음력 6월 스무날을 ‘닭 잡아먹는 날’이라 하여 몸보신을 했다.

 

‘닭 잡아먹는 날’은 제주에만 있는 복달임 풍습으로 제주 사람들은 이 날 먹을 닭을 봄부터 마당에 놓고 키웠다. 특히 마당에 두고 기르다 지네를 쪼아 먹은 닭을 최고의 보신닭으로 쳤는데 그 이유는 허리병에 지네만한 것이 없다는 민간 속설 때문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지네 또한 만만찮은 놈이라 닭에게 잡혀 먹기 전에 가지고 있는 독을 쏘아 닭을 죽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렇게 만날 때 마다 싸우는 앙숙을 보고 제주방언으로 ‘독광 지넹이(닭과 지네)’라 부른다.

 

▲ 돈내코 원앙폭포 전경

▲ 제주표 미숫가루 ‘보리개역’

5~6월께 보리수확이 끝나면 도정하지 않은 보리를 볶아 가루를 만들었는데 이것을 보리개역이라 부른다. 쌀이 귀했던 제주에서 개역 한 사발을 물에 타 얼음까지 띄워 마시면 한 여름 최고 호사로 쳤다. 보리가 주식이라 하나 가난했던 제주사람들은 그 조차도 마음껏 먹을 순 없었다.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았기에 ‘한 달에 개역 세 번해 먹으면 집안 망한다’는 제주 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개역은 만들면 먼저 시부모님께 대접했는데 이를 소홀히 하면 ‘개역 한줌도 안주는 며느리’라며 타박 받았다.

 

보리를 여름철 건강 음료로 챙긴 데는 보리의 찬 성질이 몸의 열기를 가라앉히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리의 씨눈 부분에는 섬유소인 베타글루칸이 다량 함유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저하시켜 심장질환을 예방하고, 항암작용 및 면역체계를 활성화 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정선애 기자 dodojsa@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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