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원물오름-자세히, 오래 보아야 예쁘다…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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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의 원물오름 정상부에는 흐드러지게 핀 들꽃 사이로 말이 방목돼 초원을 거니는 듯한 색다른 운치를 전한다.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의 원물오름(원수악).


이것 저것 준비할 것 없이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오를 수 있는 완만한 오름이다.


제주의 오름 대부분은 오름의 모양새나 오름이 위치한 지역 이름 등으로 지어지고, 샘이 있는 오름에는 ‘…새미(샘)’라는 이름이 붙여지는데 이오름 역시 물이 있어 원물오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 이 오름 인근(현재 동광 육거리)은 교통의 요지이다.


이 오름 남쪽 기슭에는 작은 샘이 있었으며 그 앞에는 제주목(濟州牧)을 드나들던 관리와 주민들이 숙박할 수 있었던 조선말기 때 국영여관인 이왕원(梨往院)이 있었다.


이 숙박시설인 ‘원(院)’이 샘물과 연결돼 원물오름(院水岳)이 됐다. 또한 이곳에는 6·25 전쟁 당시 모슬포 제1훈련소 훈련병들이 야간 산악훈련을 하기 위한 제1숙영지가 들어서기도 했었다. 이 오름은 오르기도 쉬울뿐더러 찾기도 쉽다.


안덕면 동광리 안덕충혼묘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충혼묘지 뒤편을굳건히 지키고 있는 오름이 바로 원물오름이다. 마치 조국을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들을 다정스럽게 감싸 안으며 위로하는 모습이다. 차를 세우고 몇 걸음 걸어가면 가장 먼저 그리 크지 않은 연못(원물)이탐방객을 반긴다.


현재 이 연못 위로 작은 정자와 함께 연못 위를 걸을 수 있도록 목재데크가 시설돼 있다. 현재 하얀 연꽃이 피어 있어 한여름 무더위에 청량감을 선사한다. 이 곳을 지나면 두 갈래의 길 흔적이 보이는데 왼쪽을 택하면 오름 정상으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별도의 등반로가 개설된 것은 아니지만, 먼저 다녀간 오르미들의 발길흔적과 곳곳에 달린 리본을 따라 산딸기나무와 청미래 넝쿨 등을 헤치며 오르다 보면 어느 새 탁 트인 정상이다. 정상부는 남북의 두 등성이를 이루고, 서쪽으로 말굽형의 굼부리를 형성하고 있다.

▲ 원물오름 연못에는 하얀 연꽃이 피어 있어 한여름 청량감을 선사한다

제주의 오름은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특징을 자랑하는데, 원물오름은다른 어느 오름에서 느낄 수 없는 다양한 즐거움이 있다. 우선 이 오름의 가장 큰 특징은 정상 그 어느 곳 하나도 가림이 없이 시
원스런 조망권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오름 중간부에만 잡목이 우거질 뿐 정상부에는 햇살 한 뼘 가릴 나무가 없어 한 여름 내리쬐는 강한 햇빛이 야속하기는 하지만 대신 시원한바람을 선사한다.


비록 야트막한 오름이지만 오름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 멀리 한라산과군산등이 시야에 들어오고 산방산과 송악산, 단산, 형제섬, 가파도, 마라도, 당오름, 정물오름, 금악오름 등 제주의 절반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원한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넓은 평원에는 한여름 강한 햇살을 맞아 활짝 핀 엉겅퀴꽃과 민들레를비롯한 이름 모를 수많은 들꽃이 지천에 널려 있어 이 들꽃 초원 걷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오름 정상부에 자리 잡은 거대한 바위군(群)도 색다른 볼거리다.


무언가를 집어 삼킬 듯 입을 벌린 모습의 바위, 오름을 지키는 병정처럼 길게 서있는 바위 등이 마치 남태평양 이스터섬의 석상과도 같은 느낌이고, 어떤 이는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장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안덕충혼묘지 뒤편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원물오름.

또한 오름 정상부에 방목된 소와 말이 바위군 사이로 흐드러지게 핀들꽃 초원을 거니는 모습이 색다른 운치를 전한다.


탐방객을 힐끔 힐끔 처다 보며 여유롭게 걷는 모습이 탐방객을 경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반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 높지 않은 오름이지만 볼 것이 많은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바로 인근에는 비슷한 높이의 감낭오름이 있다. 역시 별도의 등반로는없지만 오름 정상을 향해 무작정 걸으면 된다.


감낭오름을 향해 원물오름에서 내려오면서 이 오름의 뒤편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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