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최고의 특허·발명왕 키우는 '전문가 인큐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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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80년 전통 농업교육 선도 학교서 발명·특허 특성화고로 입지 다져
▲ 지난달 31일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에서 발명취업동아리와 직무발명프로그램 작품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현장 실습 통해 성장하는 꿈


지난달 31일, 비를 머금어 가을빛이 짙어진 516로를 넘어 서귀포시 돈내코 입구에 다다르자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가 보였다.


노란 국화로 단장한 학교는 인근 중학교와 전국 발명·특허 특성화고 등에서 온 학생과 교사들로 북적이며 달뜬 분위기였다.


특허청이 지정한 발명·특허 특성화고인 서귀포산업과학고는 이날 4년간의 성과를 담은 발명 작품 전시회를 마련했다.

▲ 말 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인 서귀포산과고는 말 조련교육 등을 하고 있다.

자영생명산업과 원예·조경학과 학생들이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가꿔온 국화 전시회도 함께 열렸다.


운동장에 말들이 유유히 걷고 있는 생경한 모습의 교정에서 서귀포산업과학고 학생들을 만나봤다. 


말 산업 전공 3학년 김준익 학생이 익숙한 손길로 말을 다루며 다가왔다.


차분한 분위기에 키가 훌쩍 큰 김군은 “대학교에서 전문지식을 제대로 배운 뒤 한우를 키우고 싶다”며 “가축의 질병이나 발정주기 등을 이론적으로 파악하고 관리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 동물자원을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찾다 말 산업 전공이 있는 서귀포산업과학고를 선택해 왔다는 김군은 남원읍에 있는 집에서 뱅뱅 도는 버스를 타고 왕복 2시간이 걸려 학교를 다닌다.


김군이 처음부터 ‘한우전문가’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김군은 “학교 지원을 통해 방학마다 경마장 등 말 산업 기관에서 현장 실습하며 경험을 쌓고 꿈을 키웠다”며 “특히 1학년 때 독일과 프랑스에서 선진 말 산업을 3주간 체험하며 큰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김군은 “유럽에서는 말 산업이 보건, 장재, 승마 등으로 세분화돼 있고 말 키우기에 최적화된 자동화 시설을 갖추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한우 산업도 이런 방향으로 발전시켜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학교 생활을 성실하게 한 김군은 지난 9월에도 호주 브리즈번에서 말 산업 현장실습을 할 기회가 있었지만 일정 중에 수능일이 겹쳐 포기했다.


김군은 “한국농수산대학에 1차 통과해 엊그제 2차 면접을 보고 왔다”며 “면접은 잘 본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교내 광장에 마련된 체험부스에서는 원예과 2학년 주광석 학생이 중학생들에게 작은 용기에 식물을 심는 토피어리 체험을 안내하고 있었다.


이번 국화전시회를 준비한 학교 국화동아리 회원인 주군은 “평소 난을 키우는 아버지를 보며 자연스럽게 원예과에 오게 됐다”며 “아버지는 이번 한란전시회에도 난을 출품할 정도로 ‘난 매니아’”라고 설명했다.


주군은 “국화도 난처럼 키우기가 까다로운 편”이라며 “번식시키고 부지런히 액비를 주는 과정이 어렵긴 하지만 어려운 일을 해낼 때 쾌감도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주군은 “학기 초부터 키운 국화가 죽지 않고 모두 잘 자랐다”며 “특히 이번 전시회 작품 중 나무에 국화를 붙여 심은 ‘목부작’은 자연스러운 멋이 매력”이라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주군은 “실습 위주의 학교생활이 무척 재미있어 나중에 모교에서 원예과 교사가 되고 싶다”며 “아버지의 난도 이어받아 아름다운 난과 꽃을 키워내는 원예전문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 발명취업동아리 작품전시회에서 발명품을 제작한 학생이 사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제주 미래 산업의 전문가 양성


서귀포산업과학고는 1936년 개교, 1969년부터 서귀농업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꾼 후 서귀포 지역 농업 관련 교육을 이끌어왔다.


이런 전통을 바탕으로 말 산업, 원예, 조경으로 이뤄진 자영생명산업과는 서귀포산업과학고만의 특색으로 꼽혀왔지만 최근에는 발명·특허 특성화고로서의 입지도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2012년 이후 발명·특허 특성화고로 지정된 서귀포산업과학고는 특허청으로부터 매년 1억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다양한 교내 발명취업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발명동아리 작품전시회를 마련하고 ‘그림자 조명’, ‘폐건전지를 활용한 건전지 팩’, ‘액정파손 방지 핸드폰 케이스’, ‘클렌징 폼 마스크 팩’ 등 협력업체와 연계해 상품화한 발명 작품을 20여 가지 선보였다.


방문객들에게 자신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만든 제품을 설명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발명 동아리 활성화를 바탕으로 서귀포산업과학고는 2016 제주과학축전 및 발명축제에서 은상 4건과 장려상 1건, 제38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서는 학교 단체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현재 서귀포산업과학고는 자영생명산업과, 전자컴퓨터과, 자동차과, 인테리어디자인과 등 4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자영생명산업과의 말 산업 전공은 제주 최고의 말 산업 인재 육성을 목표로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말 산업 전문인력 양성기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원예ㆍ조경 전공은 유기농업기능사, 조경기능사, 농산물품질관리사 등 다양한 자격증 취득을 지원한다.


전자컴퓨터과는 반도체 및 컴퓨터의 생산, 관리, 운용 등 실무 교육을 위주로 하며, 자동차과는 자동차 정비, 차체수리, 자동차페인팅 등 기술 교육을 통해 자동차 산업의 전문기술인을 육성하고 있다.


인테리어디자인과는 창의적 디자이너 양성을 위해 건축도면해석과제도,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컴퓨터그래픽, 실내디자인 설계도서작성 등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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