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有에서 無를 창출하는 섬유 개발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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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코오롱 입사…정전기 소재 판매 '신화'
벤텍스 창업하며 섬유 개발…최첨단 소재 잇따라 내놔
▲ 고경찬 벤텍스 대표

성공한 사람의 이면에는 항상 어려움을 극복해낸 그 자신만의 성공신화가 있다.


첨단 기능성 섬유 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벤텍스의 고경찬 대표 역시 남들처럼 평범한 청소년 시절과 대학, 직장생활을 거쳐 현재의 위치에 온 것은 아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 자신에게 닥쳐온 온갖 고난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남들이 가지 못한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다.


고 대표는 상업적 성공을 지향하기 보다 꿈과 같은 소재 혁명을 통해 소비대중의 진정한 혜택과 만족을 통해 함께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부끄럼 많은 시골 소년 고경찬


어린 시절 고 대표는 유달리 허약했었다.


처음 세상 빛을 보자마자 너무 허약한 나머지 주위에서는 죽은 줄로만 알고, 마분지에 싸서 땅에 묻으려고 했었다.


고 대표는 “당시 어머니께서 심장병으로 몸이 건강하지 않으셔서 모유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사카린을 물에 타서 먹여 키웠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어머니의 건강은 점차 악화돼 고 대표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시고, 어릴 적부터 허약하게 태어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해 신체발육이 남들보다 늦어 체격이 ‘뼈만 앙상히 남아 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말랐었다.


초등학교 2학년 추운 겨울,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나를 다른 학생들 앞으로 나오라고 하시더니 웃옷을 벗고 갈비뼈가 몇 개인지 세어 보라고 했던 일을 고 대표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해 발육도 늦고, 일찍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등 평탄하지 않은 환경 때문에 고 대표는 기가 풀이 죽은 아이였다.


하지만 공부만은 최고였던 고 대표는 고산중 시절 줄곧 1등을 했고 그 덕분에 주위친구들이 고 대표를 학생회장으로 선출했다.


“학생회장은 아침 전체 회의 때 운동장에서 차렷! 경례!하는 구령을 붙여야 하는데, 항상 기가 죽었기 때문에 전날부터 잠이 오지 않았다”는 고 대표.


중학생활을 마친 고 대표는 제주제일고에 진학했고, 고교시절 역시 남에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당시 고산중에서 혼자 일고에 진학했기 때문에 친구도 없었고, 외톨이처럼 조용하게 지냈기 때문에 고교 동창들은 나를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 정도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시절 아르바이트하며 사업성 발휘


고교를 졸업, 성균관대학에 진학 후 군에 입대한 사이 고향서 감귤농사와 작은 국수공장을 하셨던 아버지 일에 부도가 나고 아버지는 그 후 고향을 떠나셨다.


군 입대 2개월 만에 고향 집이 없어진 것이었다. 군에서 휴가를 나와도 갈 곳이 없었다.


잠 잘 곳과 삼시세끼가 절박했던 고 대표는 당시 용산에 있는 ‘용사의 집’을 찾아 그곳에서 군에 복귀할 때까지 숙식을 해결했다.


고 대표는 군을 제대 후 복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바로 아버지가 계신 부산으로 내려가 선풍기 커버, 양말, 밤, 핸드백 등을 파는 장사를 시작했다.


“양말 세 켤레를 700원에 납품받아 1000원에 팔았는데 장사가 잘됐었고, 마지막에는 샤워기 장사를 했는데, 남들처럼 가만히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나 자갈치시장 상인 등을 찾아다니며 장사를 해 하루에 10만원을 번적도 있는데 당시 대학 한 학기 등록금이 40만원이니, 장사를 참 잘한 셈이다”고 말했다.


부산 경남지역 총판 업자가 함께 동업을 제의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으나 어느 날 물을 잘못 마셔 법정전염병인 장티푸스로 강제 격리 수용돼 치료를 받게 되고 치료 과정에서 의료보험 문제로 벌금까지 부담하면서 학비로 벌어둔 돈을 모두 날리게 됐다.


복학을 눈앞에 두고 막막한 상태.


고 대표는 학교 도서관에서 문을 여닫고, 도서를 정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가장 먼저 도서관을 찾고, 가장 늦게 도서관에서 나오며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전공서적을 구입할 형편이 안 돼 도서관에 비치된 전공서적으로 공부를 했다.


그 부지런함으로 시험에서 전 과목 A플러스로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 코오롱에 입사하게 됐다.

▲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창업 정신이 잘 반영돼 있는 벤텍스 모토.

▲ 나는 코오롱의 사장이다


“나는 ‘직장인’이라는 생각을 한 적 없다. 항상 ‘나는 사장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고 대표는 코오롱의 개발부서 마케팅과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신입사원 고경찬에게 주어진 첫 업무는 정전기방지 소재 판매였다.


당시 코오롱에는 현재의 고어텍스 소재와 비슷한 하이포라라는 소재가 있었는데 소비처에서 큰 인기가 있었다.


입사 동기는 하이포라를 맡고 고 대표는 정전기 분야를 맡았다.


하이포라는 수요처가 공급처에게 식사와 술자리, 선물 등을 제공하며 받아갈 정도로 철저히 공급자가 갑(甲)인 제품이었다.


정전기 소재 제품은 브랜드 이름도 없고, 선임도 없고, 거래처도 없고, 시장조사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팔아오라는 업무를 맡은 고 대표는 2개월 만에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판매에 돌입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였으나 고 대표는 그것을 ‘고난과 역경’이 아닌 ‘기회이자 행운’으로 받아들였다.


고 대표는 기업열람 등 책자를 통해 근로자 500명 이상 사업장 중 정전기가 발생했을 때 생산성 저하, 화재, 폭발 위험이 있는 기업리스트를 작성했다.


그리고 삼성전자, 금성사 등을 찾아 영업을 시작했고 여천석유화학단지나 울산석유화학단지에서는 정전기가 흐르는 장치를 개발, 가스관과 연결시켜 정전기 발생시 폭발하는 것을 직접 입증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한 덕분에 불과 3년 만에 국내 시장점유율 0%에서 95%까지 끌어올렸다”


정전기 방지 원단 후에는 불에 안타는 원단을 개발해 1992년 현대석유화학단지에 납품하는 등 탁월한 사업성과를 올렸다.


1986년부터 1994년까지 코오롱에서 근무하면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뛰어난 성과를 올린 고경찬 대표.


직장생활을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고 대표는 1999년 벤텍스를 창업, 세계에 없는 섬유개발에 나서게 됐다.


▲세상에 없는 섬유를 만들자


벤텍스 창업 후 가장 먼저 개발한 제품이 당시 세계적인 유명제품인 쿨맥스와 비슷한 기능의 소재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해외 전시회에 나갔는데, 바이어들은 “이미 나와 있는 제품”이라며 외면했다.


그 때 고 대표는 “기술을 모방해서는 안 된다”고 결심하고 연구진과 함께 새로운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래서 나온 제품이 바로 1초만에 마르는 최첨단 소재. 하지만 이 소재 역시 ‘벤텍스’라는 브랜드 파원가 약해 사장될 뻔했다.


국내는 물론 일본의 여러 업체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던 고 대표는 2005년 최대 종합상사인 미쓰비시를 찾아 “단 1분만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1분 만에 땀이 마르는 제품과 전 세계시장을 이미 석권한 40분~1시간 만에 마르는 제품의 기능 차이를 직접 확인시켰고, 그 결과 미쓰비시에 독점판매권을 주는 대신 10억원의 투자를 받게 됐다.


이를 계기로 벤텍스는 ‘세상에 없는 섬유소재’ 개발에 탄력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광발열 충전채 ‘쏠라볼’을 개발해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이미 2011년 운동 시 섬유의 90%가 피부와 떨어져 마치 옷을 입지 않은 듯 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 섬유 ‘오토센서’에 이은 두 번째 수상 쾌거다.


세계 최초 태양광 발열 충전재 쏠라볼은 볼(ball) 타입의 첨단 충전재가 햇빛을 받으면 수 초만에 10도 이상 온다가 올라가는 원리를 이용한 소재이다.


쏠라볼은 겨울철 의류 소재로 각광받는 오리나 거위털보다 7~13배 정도 저렴하고, 보온성도 높고, 물빨래도 가능하다.


특히 점퍼 한 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35마리 이상의 오리나 거위가 희생돼야 하지만 이 쏠라볼은 동물학대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버렸다.


이밖에도 땀을 열에너지고 전환하는 극한보온섬유인 메가히트, 땀을 냉매에너지로 전환해 여름이나 운동 시 시원함을 주는 냉감과학섬유인 아이스필 등 세상에 없는 섬유소재를 만들어 냈다.


이같은 벤텍스의 성과에는 고경찬 대표의 열정이 그 밑거름이다.


고 대표는 창업 후 모교인 성균관대에서 2009년 섬유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데 이어 중앙대에서 피부와 관련된 ‘특수섬유를 통한 약물전달 효과’ 논문으로 의학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섬유는 제2의 피부다. 피부를 몰라서는 제대로 된 섬유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의학분야를 공부했다.


고 대표는 “세계 최초로 입는 화장품 개념으로 자외선 차단제보다 200배 효과가 뛰어난 마스크도 개발했는데 미백·보습·리프딩·주름개선·쿨링 등의 동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이밖에도 바이오 기술과 접목해 혈액순환 개선과 관련된 섬유소재, 아토피 전용 의류 개발도 추진하고 있고 내년부터 전투화에 빨리 마르는 기능의 소재가 대량 사용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발전 인류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 뭔가를 항상 고민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지만 살생의 기술은 진정한 기술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고 대표는 기능성 소재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연구원들과 함께 세상에 없는 섬유 개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제주관광에 즐길 거리를 입히자


현재의 제주관광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밖에 없다는 고경찬 대표.


“제주의 관광을 한미다로 요약하면 보는 관광이다. 즐기는 관광이 없어 안타깝다”


제주 관광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주가 가진 천혜의 자연경관에다가 무엇인가 입힐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태국만 해도 체험과 즐기는 관광이 많은데 제주에는 이 부문이 부족해 아쉽다”는 고 대표는 “예를 들어 요즘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이 대세인데 관광객이 제주의 해상에서 레저기구를 타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익룡이 나타나는 등 가상현실 기술과 장비를 융압시키면 더 드라마틱해진다. 앞으로 다가올 산업분야와 융·복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융·복합한 문화관광 분야도 육성할 것을 당부했다.


고 대표는 “주위의 연극 배우 등을 활용해 제주의 토속문화와 연계시켜 공연하고, 중국 장예모 감독이 차마도고 옥룡설산에서 대규모 공연을 하듯 한라산 배경 상시 공연장을 만들어 재주의 문화를 글로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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