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기가 허한 모든 증상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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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삼(中)-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누구나 한번쯤은 인삼 관련 제품을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가격이 고가인데다 몸에 좋다고 하니 고급스러운 만병통치약으로 여기고 기꺼이 즐겨 찾고 선물로도 주고 받는다. 인삼은 정말 모든 사람, 모든 증상에 효과적일까?

인삼에 관한 초기 연구에서 ‘adaptogen’이라는 효과가 언급된 바 있다. 인삼 복용 실험 결과, 대체로 혈압이 높은 사람은 낮게, 낮은 사람은 높게 조절되었다는 것이다. ‘adaptogen’ 효과는 정역(正逆) 양방으로 균형을 맞춰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효과가 사실이라면 인삼을 아무나 먹어도 되는 만병통치약으로 여길 만도 하겠다.

하지만 세상에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은 없다. 특히 한의학에서는 약재마다 그 효능과 적응증이 각각 다르다. 병의 발병 원인에는 사기(邪氣)와 정기(正氣)가 관계한다. 사기가 너무 강해도 발병하고 정기가 너무 약해도 발병한다. 전자는 메르스와 같이 크게 유행하는 전염병과 같은 경우이고, 후자는 환경과 주위 사람들은 괜찮은데 면역력이 떨어져 본인만 감기에 걸리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사기가 지나치게 강할 때의 치료 방법은, 우선 그 사기를 꺾는 것이다. 바이러스나 세균이 너무 강해서 생긴 병은 이를 억제하거나 살균하는 효능의 약재가 필요하다. 반대로 정기가 너무 약해서 생긴 병은, 예를 들어 그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약한 병원성인데도 발병했다면 정기, 즉 환자의 면역력을 올려주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옳다. 이처럼 발병의 원인을 정기 부족으로 파악해 부족한 정기를 보강하는 방식으로 치료하는 것, 바로 이것이 한의학의 장점이자 특징이다.

이때 쓰는 대표적인 약이 인삼인데, 몸이 허해서 나타나는 증상에 몸을 보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경우에 쓰인다. 허증(虛證)에는 기허(氣虛), 양허(陽虛), 혈허(血虛), 음허(陰虛) 등 4가지가 있다. 인삼은 이 중 ‘기허’를 치료하는 약에 해당한다. 인삼은 이러한 기허를 원인으로 발병하는 모든 증상에 쓸 수 있다. 열이 나는 경우에도 쓸 수 있다. 단, 그 열은 과로 후 나타나는 열 등 기허로 인한 발열이어야 한다. 감기에도 쓸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몸이 허약해서 쉽게 감기에 걸리는 경우이다. 방광염 등 염증성 질환에도 쓰이나 이 또한 만성적이면서 허증을 기반으로 한 염증의 경우이다. 기허라는 조건에서라면 인삼이 만병통치약이란 표현도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 일반 말린 인삼.

이처럼 인삼은 한마디로 ‘기허’를 치료하는 약이다. 따라서 기가 허하지 않으면 그 적응증이 아니다. 혈허나 음허 증상에는 맞지 않다. 평소 열이 있는 소양인의 경우 인삼을 복용하면 두통, 정충, 항강, 면적, 불면, 혈압상승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혹자는 인삼과 달리 홍삼은 누구에게라도, 그리고 열이 있는 사람한테도 좋다고 한다. 이 또한 잘못된 정보이다. 홍삼과 인삼은 그 효능과 적응증에 큰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동의보감에도 홍삼의 효능을 인삼과 구분지어 설명하지도 않았거니와 홍삼이란 표현 자체가 따로 나와 있지도 않다. 현재의 홍삼 제조법은 근대에 산업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삼은 인삼을 쪄서 말린 것으로 이는 당시의 보관과 유통의 용이성 때문일 것이다.

열처리를 통해 홍삼에 약리 활성 성분인 특정 진세노사이드가 생성된다고 그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도 하지만 이는 동시에 그만큼 또 다른 특정 진세노사이드가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인삼 또한 물로 끓이면 홍삼과 똑같이 전환된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추출된다.

 

▲ 쪄서 말린 홍삼.

결국 홍삼이냐 인삼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삼의 적응증이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인삼이 맞지 않는 체질이나 증상이라면 홍삼도 좋지 않다.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홍삼 복용 후 별 탈이 없었다면 그만큼 홍삼의 농도가 약해서일 것이다. 사실 시중에 식품으로 팔리는 홍삼 제품은 인삼이 가미된 처방과 비교해 볼 때 그 용량이 미약하다. 또한 먹기 편하게 여러 합성첨가물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본래의 약성에 비해 완화되었을 것이다.

인삼의 약리적 효능을 제대로 보고자 한다면 전문가의 조언과 함께 인삼을 직접 달여 복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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