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정국(政局) 언제 풀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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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전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안개 속을 헤맬 때가 있다. 삽시간에 길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앞을 분간할 수조차 없다. 경계선도 무너지고 색깔도 본색을 잃었다. 천지가 온통 잿빛 안개에 가려져 있다. 잠시 방향감각을 잃고 혼쭐나기 일쑤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하늘 길도 꽉 막혔다.

요즘 안개로 인해 크고 작은 해상 사고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주원인(主原因)이 안개다. 선원들은 배가 항해할 때는 가장 무서운 게 안개라 한다. 안개가 끼면 항해가 거의 불가능하다. 자만하거나 무리하게 항해하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혹여 사고에 직면할 경우엔 선원들이 지혜를 짜내야 한다. 그중에서도 선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선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통솔력과 지도력을 지녀야 한다. 선장이 무능하거나 판단을 잘못하면 선원들은 우왕좌왕하게 마련이다. 더욱이 서로가 갈등을 빚는다면 모두가 자멸할 것은 뻔하다.

우리 사회가 이런 안개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선장도 눈에 보이지 않고 선원들은 제 잇속만 챙기느라 아귀다툼이다. 이러다가 배가 침몰하는 건 아닐까.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나라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문득 안개 정국이란 말이 떠오른다. 배의 선장과 같은 대통령이 사기꾼이나 다름없는 일개의 사인에게 국정을 내맡긴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가 향후 어떻게 가닥을 잡아갈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답답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서다.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국충정으로 길거리에 나와 정의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목소리다. 그러나 너무 밀어붙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쥐도 코너에 몰리면 최후의 발악을 한다. 조금은 생각할 틈을 주는 것도 예의다. 모든 것을 단숨에 해치우려 하다 보면 또 다른 불씨를 낳을 수 있다.

이제 그만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정치에 최선을 다하고, 법을 다스리는 사람들은 올바른 잣대로, 국민들은 자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실타래가 풀릴 날이 올 것이다. 너도 나도 분별없이 날뛰다 보면 무법천지가 되어 더욱 꼬이게 된다.

우리는 촛불을 들면서 왜 내가 촛불을 들고 있는지 한 번쯤 되돌아보아야 한다. 촛불은 자기를 희생하면서 세상을 밝혀 준다. 진정 내가 촛불을 들 수 있는 존재인가를 가슴에 손을 얹고 반추해 볼 일이다. 민주주의란 탈을 쓰고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만용에 불과하다. 정의를 주장하면서 법을 어기고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지는 않는지. 패망한 나라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우리는 앞을 휘황히 밝힐 올찬 인물을 지금까지 갈망해 왔다. 그러나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촛불집회에 참가하는 것만이 길인 것처럼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묵묵히 직장에서, 연구실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침묵 속에 목소리를 내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대화와 합의다. 그것의 선택과 절차와 결정은 대의명분을 따를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법과 질서를 지키고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남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지도자를 뽑은 우리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군중심리에 휘둘림 없이 본분을 지키면서 화합하고 배려하는 것이 생존의 길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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