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그리고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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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지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을 찾아갔다. 특별한 우애를 나누었던 사이였기에 입관은 물론 마지막까지 동행을 했다. 각 가정마다 문제들이 있지만 이집에 누나와 남동생간의 갈등은 정도를 넘어서는 편이었다. 첫날부터 두 사람의 싸움은 지치지도 않고 오는 손님들에게 불편함과 눈치를 주며 이어지고 있었다. 시끄러움 속에도 화장을 끝내고 먼저 돌아가신 아버님을 모셨다는 납골당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이들의 언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제사를 마치고 유골함을 넣으려는데 유리문이 꿈쩍도 안하는 것이었다. 열쇠를 꽂아보고 힘으로 당겨 봐도 그쪽 관계자분들도 이럴 리가 없다고 하면서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마치 마음을 닫은 사람처럼 굳게 닫힌 채 한참이나 실랑이를 하던 중, 답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을 조용히 불러 지금 돌아가신 분께서 두 분의 화해를 원하시니 제 뜻을 따라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제서야 무엇을 느꼈는지 남매는 서로의 손을 잡고 진심어린 용서를 빌었다. 뜨거운 눈물이 오고 가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문이 열렸으니 깨우침이 많았을 것이다.


친분이 있는 분들은 상을 당하면 제일 먼저 내 얼굴이 떠오른단다. 한번은 병원에 가보니 지인의 가까운 이가 며칠째 전화도 안 받고 해서 집에 찾아가 보니 숨을 거둔 상태라 했다. 안치실에 들어가 보니 3일 전후가 된 것 같았다. 돌아가신 분과 대화를 해보니 심신은 지쳐있고 빚을 갚은 길이 없고 해서 몇날 며칠을 술에 의지하다 이렇게 됐다고 했다. 장례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혼자 살았고 어머니도 병중인 상태라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고 조용히 지내자고했다.

 

집도 상당히 부자였는데 부모님 집도 경매 일보직전이란다. 살아서 어지간히 형제들의 속을 아프게 한듯 싶다. 그 외 가족들에게 혹시 듣고 싶거나 할 말이 있으면 전해주겠다고 하니 왜 그렇게 못된 짓을 했는지 그걸 물어봐달란다. 아니 누구나 노력하고 싶지 않고 잘 살아보려고 안했겠는가? 부잣집에서 태어나서 결혼도 못해보고 가진 재산탕진하고 죽어서도 제삿밥도 못 얻어먹는데 욕까지 고 싶은 영혼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선의의 거짓으로 마무리를 해내고 다음날 경찰 수사가 끝난 후에 별다른 절차 없이 화장을 끝내고 돌아오는 걸음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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