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말 ‘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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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사방으로 열어 놓은 시대라선지 말도 어수선해졌다. 외국어를 직수입했거나 급조된 국적 불명의 말들, 이른바 신조어들이 판친다.

신문 방송이 분별없이 수용하니 날개를 단 기세들이다. 기존 언어마저 턱없이 줄여 생판 낯설 때가 있다. 언어가 무질서하면 국민 의식이 가닥을 놓아 갈팡질팡하게 되니 참 난감하다.

놀란다. 인터넷에서 만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를 줄인 것. 가장 핫한 인류, 신인류를 뜻한다고 한다.

예측 가능하지 않은 불확실한 미래는 불안하다. 미래가 불안하므로 현재의 행복을 추구한단다. ‘당신의 삶은 오직 한 번뿐’이라는 것. 오늘의 삶에 허방만 짚는 국외자에게는 더없이 부러운 삶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 아닌가.

정상 궤도를 벗어난 일탈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더욱이 산업화 세대, 담보되지 않은 미래를 위해 눈앞의 고난을 감내하며 꿋꿋이 살아온 기성세대들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것. 가물거리는 한 줄기 빛 같은 희망 속에 과중한 노동으로 가정을 지탱하면서 성장시대를 이끈 7080세대들이다.

문제가 없지는 않다. 젊음들이 발을 딛고 선 현실이 어디 그리 녹록한가.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월급 한 푼 안 쓰고 꼬박 12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니 취직·결혼·출산은 말도 꺼내기 싫다고 실토하는 그들이다.

윤동주의 ‘내일은 없다’를 떠올리게 된다.

‘내일은 없다./ (어린 마음이 물은) // 내일, 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다/ 오늘이더라// 무리여!/ 내일은 없나니….’

욜로는 이런 불투명한 미래에 좌절한 청춘들의 슬픈 초상인가.

30대 중반의 한 젊은이, 매주 캠핑을 다닌다고 한다. 5일 야근하고 주말마다 캠핑하는 생활이 즐겁다는 것이다.

20대 후반의 한 젊은 아가씨, 4년 다니던 직장을 접고 무작정 프랑스 행 티켓을 끊었다고 한다. 그러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사표를 냈다는 것.

무작정 국내여행을 떠나는 젊은이들도 있다. 속박받지 않는 삶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다. 스트레스가 감당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나 힘들다는, 크게 다르지 않은 목소리들이다. 그들은 미래지향적이 아니다. 하루의 삶에 충실하겠다는 현실지향적인 삶들이다.

욜 라이프,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 나중에 후회 않을 것 같아서 60.7%,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어서 55.4%, 실용적인 생각 같아서 30.7% 열정적인 것 같아서 23.5%, 도전정신이 있어 보여 20.9%. 조사 결과다.

2030세대 10명 중 8명이 욜로에 긍정적이라 한다. 결국,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며 힘겹게 사느니 차라리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겠다는 것이다.

긍정과 비판의 시선이 엇갈린다. 전혀 공감 않는 건 아니나, 욜로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노는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게 기성세대의 시각일 것이다. 이상적인 삶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젊은이들 입에서 나온 말이 ‘헬조선’ 아닌가.

내일이 예측 가능한 사회라면 미래에 대한 계획과 준비를 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인데, 이걸 사회 탓으로만 돌릴 일인가. 더 어려운 때, 고픈 배를 움켜 안고 보릿고개도 넘었다.

젊은이들이여, 희망을 놓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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