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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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불현듯 돌아가신 분들이 보고 싶거나 힘겨운 고비가 있을 때 그분들이나 생전에 쓰던 물건이 꿈에서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간절함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서울에서 꽤나 떨어진 곳에서 택시를 부를 일이 있어 전화를 했더니 마침 가까운 곳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꽤나 외곽지에 있던 장소였기에 다소 의아했다. 별일이 다 있네 하는 순간 미소가 좋은 아저씨가 도착했다. 한참을 가던 중에 묻기도 전에 이야기를  하시는 것이었다. 두 시간 정도 전에 누군가 차를 대절해서 당도하니 제수씨가 본인의 차를 탔다는 것이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오늘이 아버님 기일이라 동생의 부인께서 장남인 본인의 집으로 가는 중에 공교롭게도 자신의 차를 탔다는 것이다. 그 거리는 약 한 시간 반이 걸리는 먼 길이었다. 그리고 그 후 서울로 가는 중에 내가 콜을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돌아가신 부모님들이 모두가 고생하니까 이렇게라도 도움을 주시는 것 같다고 연신 싱글벙글하셨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하신 분이 있어 자녀분들의 부탁으로 영혼을 불러오는 의식을 가졌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오셨는데 대뜸 하시는 말이 시계를 달라는 것이었다. 무슨 소리를 하시나 해서 식구들에게 말했더니 가족들이 깜짝 놀라며 생전에 할아버지께 받은 물건인데 장례식 후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돌아가신 분)에게 누가 가져갔냐고 물으니 ** 이가 가져갔다는 것이었다. 모든 절차가 끝난 후에 식사 자리에서 참 ** 씨가 누구세요 하니 며느리 중에 한분이 “제가 ** 인데요” 하면서 자기이름을 어찌 아시냐고 물어보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머니가 생전에 너무 고마웠다고 전해달라는 말로 대신해줬다.


다음날 아침 ** 씨가 전화가 와서 사실 장례 도중에 물건을 정리하다가 시계가 보이길래 무심코 백에 넣었는데 본인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이다. 어찌하면 좋겠냐며 안절부절 못하시길래 “네, 잘하셨어요. 평소에도 효도로 예쁨을 받으셨으니 마음 변치마세요”라는 말로 위로를 대신했다. 자기 것에 대한 집착이 강하신분이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진짜 영혼이 있냐는 물음에 내가 만들어낸 것인지 진짜 그분의 영혼인지 아니면 다른 삼자가 개입한 것인지는 나도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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