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더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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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시골 오일장을 구경하다가 한쪽에서 더덕을 팔고 계신 분이 있어 얼마냐고 물어보니 답을 피하시면서 산에서 직접 캐었으니 손주 용돈이나 달란다. 삼 만원을 제시하니 오만원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더덕을 구입한 후 한참을 구경한 후에 다시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아까 그분이 똑같은 방법으로 장사를 하고 계신 것이 보였다. ‘이상하다 분명 그 만큼의 양밖에 없다고 하셨는데, 다른 사정이 있겠지’하고 의심을 지우기로 했다.

 

그 후 공부방으로 돌아오니 명상을 함께 하는 젊은 엄마가 기다리고 있어 구입 경위를 알려주며조금 내어드렸더니 국산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조금 헛헛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나간 일이라 누구 탓하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엄마를 따라온 아기가 나를 가르치면서 내 뒤에 누군가 있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보이냐는 물음에 천사님이 보인다는 것이다. 어색한 상황이었지만 평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던 엄마였기에 아이의 순수함을 칭찬해 주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어딘가를 다녀오는데 멀리서 굿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면서 누구나 느껴봤을 일이지만 불현 듯 누군가가 보고 싶거나 오지 않았으면 하는 소식이 들려와 불편한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각자의 직업에 따라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 즉, 예술인이라면 영화나 연극 음악이나 춤에 관련된 이야기는 다른 이들은 들리지 않지만 내 귀에는 또렷하고 분명히 들린다. 이러한 이유로 가는 방향을 돌려 그 소리를 찾아가보니 과연 무속인이 굿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구경을 놓칠 수 없어 손님이 되어 있었는데 이분이 굿을 한참 진행하시다가 멈추시더니 자리를 비우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잠시 후에 돌아오시면서 나에게 하는 말이 “내가 다른 귀신을 데리고 와서 방해가 되니까 그만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라는 부탁을 하면서 봉투를 건네주는 것이었다. 그 순간 아이 눈에는 천사로 보이는 것이 무속인 눈에는 똑같은 것이 귀신으로 보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명상을 하는데 갑자기 더덕 생각이 나길래 ‘왜 그분이 나를 속였을까?’ 생각 하는데 더덕이 눈앞에 나타나 하는 말이 ‘왜 물어보고 사시지 않았어요? 그러면 답을 알 수 있었을 건데.’ 하는 것이 아닌가? 참 재미있는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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