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와 숨어버리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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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대통령 선거판이 혼탁하다. 네거티브로 얼룩져 너덜거리고 있다. 2등은 아무 소용없는 게 선거라 그런가. 가려지고 숨어 버리는 진실이 문제다.

네거티브란 말이 일약 일상어처럼 선거판을 뒤흔든다. 원래 사진 용어다. 농담(濃淡)이 피사체와 반대로 되는 음화로 명암이 시각과 거꾸로 돼 있는 화상을 뜻한다. 괴기스럽고 우울하며 관객의 빛과 어둠에 대한 기대를 전복시켜 ‘매우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기법이다. 이 말엔 ‘저항하거나 반대하고, 부정한다.’는 뜻도 있다.

네거티브가 급기야 선거에서, 상대방 후보에 대해 나쁜 정보를 흘려 당선되지 않게 하는 행위로 행세한다. ‘기면 기고 아니면 그만’ 하는 식이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마구잡이 음해성 발언도 마다하지 않는다. 검증이라는 미명으로 파괴력을 지닌다고 생각해 억척스레 매달리는 것이다.

선거운동 공간에 네거티브가 난무하면서, 진실이 위협받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네거티브. 급박하게 치러지는 선거라선지 판이 몹시 어수선하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라 대선이다. 나라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선거인데, 이렇게 가야 하는가. 후보의 정책과 국정운영 능력, 신념과 철학과 미래비전과 안보관을 검증·비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궤도를 이탈해 겉돈다.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TV를 켜면 만날 나오는 패널들, 탤런트보다 더 익숙해 있는 얼굴들 중에는 특정 후보를 손듦에 서슴지 않는 이도 있다. 한쪽으로 치우친 편협은 상식의 궤를 벗어난다. 국민의 눈높이를 모르는 모양, 자신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성숙한 시청자들을 일자무식으로 아는지 한심스럽다. 돌려가며 우회적으로 하는 말들에 비위 상해 TV를 꺼 버린다.

또 우심한 게 후보들의 거짓말과 말 바꾸기와 모면하고 보자는 면피다. 한 나라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한다. 여러 번 반복하면 한심스럽다.

북한 인권 결의안 관련 회고록 논란이 점화되면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회고록을 쓴 전직 외교부 장관과 유력 후보 중 한 분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된다. 명명백백한 것에 거죽을 씌우면 의혹만 키운다. 색깔론이다, 본질 문제다 맞서는 데 그쳐선 안 된다. 공식 경로를 따라 백일하에 진실을 밝혀야 할 일이다.

어느 후보는 자서전 속의 ‘돼지 흥분제’에 덜미 잡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돼지 흥분제라니, 말부터 해괴하다. 대학 시절 일이라 하나, 그걸 먹여 여대생을 어떻게 하려 한 모의에 가담한 죄다. 특수강간·준강간 미수사건의 공동정범이었다. 대선 후보 아닌가. 간과할 일이 따로 있다. 자서전은 소설이 아닌, 자신의 행적을 자술(自述)한 글로, 이른바 팩트다. 그대로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런 후보가 유세를 하는데 구름같이 붉은색 청중이 넘실거렸고, 연설 전에 소위 ‘세탁기’ 퍼포먼스를 했다. 상대 후보들을 친북 좌파, 가짜 안보, 반칙 특권이라 해 놓고 청·녹과 검정의 상징색 티셔츠를 세탁기에 돌려 호응을 유도했다. 이전에는 못 보던 희한한 장면이다. “좌파를 척결해야 한다.” 보수 우파 성향의 태극기집회 참석자들을 향해 외친다. 터져 나오는 환호. 진실한 것인가. 무엇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아 혼란스럽다.

네거티브와 막말로 진실이 호도되니 문제다. 들뜬 가운데, 어느새 선거가 열흘 앞이다. 5월 9일,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치르는 역사적인 투표일이다.

그날 아침, 얼굴에 찬물 끼얹고 투표장에 나가려 한다. 이 나라가 진실한 사람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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