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비밀 선물은 무엇일까?
할아버지의 비밀 선물은 무엇일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이명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세상 ‘키움학교’ 대표

어느 날, 평소에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내용인 즉 손녀딸이 책을 대강만 읽고 있어서 그냥 놔둬도 될지, 도와줘야 할지 걱정이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방학에 할아버지 댁을 방문한 손자 손녀의 모습을 관찰했는데 대체적으로는 책을 가까이 하려 하지 않고 스마트 폰, 만화 등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안타깝다고 하신다.

 

평소에 손녀 사랑이 지극하다는 것은 그동안 몇 번의 만남에서도 알지만 이렇게까지 걱정하시는 모습을 보고 유명한 동화 작가이자 은퇴한 교장 선생님의 모습이기 이전에 이 분도 역시 자손을 사랑하고 아끼는 한 사람의 할아버지, 혹은 우리네 따뜻한 부모님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꼭 손녀만이 아닌 진심으로 대한민국의 앞날을 걱정하시는 마음이 느껴진다. 마침 통화를 하다가 한 권의 책이 떠올라서 소개해드렸다. 바로 수지 모건스턴의 ‘할아버지의 비밀 선물’이란 제목의 책이다.

 

멋진 나비 넥타이를 메고 한 달에 한 번씩 근사한 레스토랑에 손자를 데려가주는 할아버지가 있다. 우등생이지만 책을 읽지 않아 어휘력은 형편없는 손자 보리스는 어차피 죽을 건데 글쓰기는 뭣 하러 배우냐며 투덜댄다. “사랑하는 손자야, 언젠가 죽더라도 잘 살아야지. 자기 나라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정확히 쓸 줄도 모르면서 인생을 잘 살 수는 없어.” (본문 중에서) 라는 말을, 정확한 프랑스어로 답해주시는 할아버지다. 새학기를 맞이하는 어느 날 할아버지는 1년 동안 공부를 잘하면 멋진 선물을 주겠다는 깜짝 선언을 한다. 그 선물의 이름은 바로 ‘얌츄치클’, 얌츄치클에 대한 온갖 상상과 기대에 부푼 손자는 필요한 물건이 생길 때마다 그게 얌추치클일 거라고 기대한다. 일 년이 지난 후, 결국 얌추치클이 책이라는 사실에 실망하지만 비 오는 스위스 여행 중에 받은 그 열두 권의 책은 어쩌면 열두 번의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바뀐다. 우리에게 주어진 단 한 번 뿐인 삶에서 집안의 어른에게서 받은 열 두 번의 기회란 더없는 축복임을 아마 이 손자 보리스는 어른이 되고 나서 내내 되뇌며 할아버지처럼 멋진 어른으로 살아갈 것이다.

 

나에겐 이런 할아버지 대신 옛날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시던 아버지가 계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 덕분에 나는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그다음 책을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두고두고 감사한 데 감사하다는 말을 들어주실 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에 안 계시다. 이제는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탓할 것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책을 좋아하게 할까 고민하는 어른이 계셔야 한다. 존경하는 선생님은 그런 고민을 많이 하셨기에 나에게까지 전화를 주셨을 거다. 어쩌면 보리스의 할아버지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손녀딸에게 얌추치클 보다 멋진 이름을 붙이고 선물을 걸어놓으셨을지도 모른다. 과연 할아버지의 비밀 선물은 무엇일까? 궁금해하는 손녀딸의 모습을 그려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