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화-우수한 항염 효과로 사스 치료에도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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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송상열.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어린 시절, 보리 수확할 때쯤이면 밭 산담에 금은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이 금은화 꽃을 따다 약재상에 팔았던 기억이 있다.

제주에서는 ‘인동고장’이라 불렸는데 향도 좋거니와 단물이 나와 빨아먹는 맛도 별미였다. 꽃이 막 피기 시작해서는 백색이고 하루 이틀 지나면 황색으로 되기에 금은화(金銀花)라 불린다. 또한 별칭으로 겨울을 잘 이긴다 하여 ‘인동초(忍冬草)’라고도 한다.

지금은 농약 때문인지 동네 밭 주위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맘때 한라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산록도로를 달리다 보면 양 도로 곳곳에 금은화 꽃이 군락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호사이지만 한의사로서 그 쓰임을 알기에 볼 때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금은화(Lonicera japonica Thunberg)는 각종 열독증을 치료하는 ‘청열해독약’에 속한다. ‘열독증’은 빨갛게 붓고 열나고 통증을 동반하는 화농성 감염증을 의미한다. 종기, 농양 등의 피부병 외에도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피부 발진과 상기도 염증, 인체 내부의 소화성 궤양, 폐렴의 농양, 비뇨 생식기 계통의 염증 등도 포함된다.

금은화는 이런 열독 증상을 청열(淸熱)하고 해독하는 효능이 뛰어나다. 따라서 화농성 피부 질환만이 아니라 유선염, 장염, 방광염, 질염 등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 두루 쓰일 수 있다.

또한 ‘온병(溫病)’이라 하여 옛날 사람들의 주요 사망 원인이었던 유행성 전염병에 중요한 약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치료 근거를 바탕으로 금은화는 2003년 중국에서 당시 유행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을 치료하는데 활용되어 그 주요 약재로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금은화는 원인과 체질에 맞게 타 약재와 배합하여 탕약으로 달여 내복도 가능하고 종기나 피부질환의 경우 국소 부위에 짓이겨 바르는 외용법도 가능하다. 그 증상이 급성일 때 그리고 열을 동반할 때가 적합하며 몸이 차고 기가 허약하여 오는 감염증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금은화를 약으로 쓸 때는 피기 전의 꽃봉오리 또는 막 피기 시작한 꽃을, 햇볕보다는 그늘에 말리는 것이 좋다.

줄기 또한 ‘인동등’이라 하여 꽃보다는 약하지만 같은 용도의 약재로 쓰인다. 이제 습한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발가락 사이로 스멀스멀 무좀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번 주말엔 금은화 꽃을 따다 짓이겨 발가락에 발라볼까 한다. 예쁜 꽃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발가락 무좀에 사용하게 되어서 좀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뿌리를 캐지 않고 꽃만 따는 일이어서 그나마 다행일까. 눈으로 보는 즐거움에 약재로 쓰는 유용함까지, 참으로 아낌없이 주는 금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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