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만해서는 암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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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동 한마음병원 1외과 과장

중국 축구팀에는 공한증이라는 것이 있다. 그들 스스로는 한국축구에 밀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대한민국 팀만 만나면 패배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또 지는 것을 반복해 생긴 말이다. 보통 두려움은 과거 아픈 기억 때문에 생겨나서 상황이 바뀐 후에도 그대로 지속된다. 지금은 그때와 달라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두려움도 없어질 수 있는데 말이다.

 

암에도 생각만 해도 무서운 공암증(恐癌症)이 있다. 각종 암의 증상, 조기 발견과 정기 검진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 첨단 치료법, 암에 좋은 음식 등 어떨 때는 근거가 부족한 건강 상식이 방송, 신문, 인터넷에 넘쳐나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것 같고 안 읽어 본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도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아직 그저 두려워하기만 해서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된다. 암의 조기 발견 수단과 수술기법의 발달, 암세포만을 타깃으로 삼는 표적 항암치료제의 개발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데 암을 대하는 생각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방에 작은 멍울을 발견했다고 치자.

 

일반인들의 십중팔구는 “유방암 아닐까?”라는 공포를 느낄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대에 미리 겁을 먹고 그냥 끙끙 앓고만 있다. 유방에 만져지는 멍울의 대부분은 암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암이 아닌 우울증 같은 엉뚱한 정신질환을 얻게 되는 것이다. 또 그것이 실제 암이라면 미적거리는 사이에 점점 진행돼 때론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빨리 확인해서 암이 아니라면 불필요한 걱정에서 벗어나고 암이라면 조기에 완치시키려는 용기를 가져야 되는데 말이다.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암의 치료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완치율 및 생존율이 크게 상승했는데도 생각의 변화는 한참 뒤처져 있다.

 

암 환자의 재활에 관한 인식도 옛적에 머물러 있는 건 마찬가지이다. 최근 보훈처장으로 발탁된 분은 과거 암 치료 병력이 있었는데 그로 인해 심신 장애 2급으로 판정돼 본인 의사에 반해 군을 떠나게 되었다. 체력 측정 등 객관적인 지표에 의하지 않고 막연히 암 환자였으니 힘들 거 아닌가 라고 판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암에 걸렸던 것도 속상하고 억울한데 그로 인해 또 다른 불이익을 받게 된다면 안 될 것이다.

 

과거에는 영화에서 백혈병에 걸려 이별 하는 비극적 스토리가 자주 설정됐다. 백혈병은 한때 불치병의 대명사였지만 지금 그런 영화를 만든다면 혈액종양 의사들이 항의할지 모른다. 많은 백혈병 환자들이 완치판정을 받고 문제없이 자신의 일을 해낼 수 있다. 이렇듯 어려운 과정을 거친 암 환자들의 직장과 사회로의 복귀과정에도 본인은 물론 주변 역시 두려움과 염려를 떨쳐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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