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금악오름-정상에 오르면 더 높이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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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정상 오르면 백록담 닮은 화구호 ‘신성’
▲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금악오름 전경. 표고 427.5m로 빼어난 자태와 덩치로 눈에 잘 띈다.

얼마전 가수 이효리가 컴백 기념으로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곡들을 소개한 적이 있다.

앨범의 메인 타이틀인 ‘서울’이란 곡을 뮤직비디오를 보며 설명을 들었는데, 제주에서의 삶에 만족하지만 서울을 그리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내용이었다. 뮤비 속 이효리는 한 오름 정상에서 자신의 마음을 표출하는 퍼포먼스를 그리는데 그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 후 각종 포털 사이트에 이효리, 서울이란 검색키워드와 함께 ‘오름’도 검색어에 오르며 유명세를 탔다. 이 오름은 바로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금악오름이다.

원래 금악오름은 산을 좋아하고 등반을 자주 오르는 이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진 제주시 서부권 지역의 대표 오름이다. 제주관광공사의 9월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관광 10선에 포함되기도 했을 만큼 정상에서 바라본 경관이 빼어나다.

금악오름은 검은오름, 금오름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금(검·감·곰)자가 바로 단군왕검의 검자로 신(神)을 뜻한다. 의역하면 신성한 산이라고 할 수 있다.

금악오름의 가장 큰 특징은 굼부리가 백록담과 같은 화구호(물이 고여 있는 굼부리)를 갖추고 있다는 점인데, 산과 물 그리고 신성한 기운, 이 3가지 요소가 꽤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사실 제주지역에서 신성한 오름을 꼽으라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과 ‘백주또’라는 신을 모신 본향당이 있는 송당리 당오름, 예래동의 수호산 역할을 하는 군산 정도다. 이 가운데 금악오름이 위 오름들과 같이 신성스럽다는 이미지를 풍길 수 있는 이유는 화구호로 인한 영험하고 신성한 기운 때문일 것이다.

 

▲ 성이돌목장 안에 위치한 아치모양의 건축양식이 특징인 테쉬폰. 사진 촬영 명소로 유명하다.

절구 모양의 굼부리는 면적도 약 9만9,000㎡, 둘레는 남~북으로 약 1.2㎞정도로 매우 크고 넓어 비가 많이 올 때는 아주 깊은 호수가 된다.
굼부리는 원시림처럼 숲이 우거진 형태가 아니라 초원과 같아 물이 말랐을 때는 그 안을 들어가 볼 수도 있다.

굼부리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두 봉우리가 자리잡고 있다. 둘레길이 잘 조성돼 어느쪽으로든 봉우리로 이동해 볼 수 있다. 정상은 사방이 탁 트여있어 제주시 서부지역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금악오름의 매력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오름 아래의 평지에선 한눈에 담을 수 없는 푸른 바다와 서부지역의 풍경이 내려다 보인다. 정상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더해져 특별한 풍경이 연출된다.

금악오름의 또 다른 매력은 자동차로 정상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걷는 것이 부담스러운 여행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가는길이 잘 정비돼 있지만 외길이기 때문에 내려오는 차량과 올라가는 차량이 마주칠 수 있어 조심운전이 필요하다.

더할 나위 없는 제주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금악오름은 사실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제주도 서부지역 전부를 손바닥처럼 볼 수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일제강점기 때 수많은 진지동굴이 만들어졌다.

원래부터 있었던 동굴이 아닌 제주사람이 동원돼 조성된 동굴이다. 4·3때는 이 동굴이 주민들의 피난처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런 아픔의 잔재는 금악리 마을 재건 이후 2개를 남기고 모두 다 메워졌다.

최근 제주도가 금악마을 4·3길을 조성해 깊이 패인 흉터의 현장을 따라 걸어볼 수 있도록 했다. 1코스 중심에는 금악오름이 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에 아픔이 서려 있다는 사실에 숙연해진다.

 

▲ 금악오름 정상에는 두 봉우리에 둘러 쌓인 원형의 굼부리가 있다. 비가 많이 오면 물이 고이기도 하는데 이를 ‘왕매’라고 한다. 사진제공=제주관광공사

이색 건축물 ‘테쉬폰’

금악오름 남동쪽에는 성이시돌목장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목장안에는 독특한 건축물이 있다. 테쉬폰이란 건축물로 아치형의 건축양식이 특징이다.

또 내부에 기둥이 없어 시공이 빠르고 자재비를 절약할 수 있는 이 곳은 나무로 기본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멍석과 같은 긴 가마니를 덮어 일정한 두께로 시멘트를 발랐다. 지붕이 굳어지면 가마니를 떼어냈는데 천정에는 가마니 무늬가 지금도 선명하게 찍혀 있다.

테쉬폰은 주변 목장과 어우러지며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제주도민과 관광객 사이에서 사진찍기 좋은 명소로도 유명하다. 특히 최근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유명한 촬영 장소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름을 하산하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된다면 성이시돌 목장에 들려 테쉬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이시돌목장을 한 번 둘러보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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