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바람을 견뎌낸 제주초가 '지혜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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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환경과 가족 구성, 생활양식 반영
▲ 제주시 삼양2동에 있는 강운봉 가옥은 二자형 배치로 옛 초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 전통가옥인 초가(草家)는 자연환경과 가족 구성, 생활양식을 반영하고 있다.

다른 지방은 가을걷이가 끝나면 논농사의 부산물인 새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지붕을 이어준다. 이엉은 초가지붕 전체를 덮어주는 짚 묶음이다.

논이 드물었던 제주에선 초지에 자생하는 새(띠풀)로 볏짚을 대신했다.

지붕의 줄매기는 새풀로 꼬아 만든 굵은 새끼줄로 가로·세로 줄매기를 촘촘히 했다.

또 지붕마루(겹처마)는 없는데 이런 기본 틀은 바람이 많은 제주에서 견딜 수 있는 지혜로운 건축 기술이다.

초가는 울담 안에 배치된 집의 수의 따라 외커리집(一자형), 두커리집(二자형), 세커리집(ㄷ자형), 네커리집(ㅁ자형)으로 부른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안거리와 밖거리가 二자형에 측면에 모커리로 있는 구조다. 모커리는 헛간이나 마구간으로 사용됐다.

 

두커리 이상의 집은 각 채마다 부엌이 따로 마련됐다. 다른 지방은 안채=여자, 사랑채=남자라는 성별로 공간을 분리했지만 제주에선 안거리=부모세대, 밖거리=자녀세대라는 세대별로 분리를 했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독립된 취사뿐만 아니라 식사도 별도로 했다. 농사도 각기 지었다.

부모와 자식이 한 울담에 살면서 생산과 소비, 경제생활을 각기 영위하는 것은 다른 지역에선 볼 수 없는 생활양식이다.

안·밖거리에는 큰구들(큰방), 작은구들(작은방), 상방(마루), 정지간(부엌), 고팡(곳간), 굴목(군불 아궁이)으로 구분돼 있다.

잘 보존된 옛 초가는 1978년부터 제주도민속자료로 지정됐다.

제주시 삼양2동 강운봉 가옥은 초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밖거리가 마주보는 二자형의 4칸집이다. 대문은 없고 입구에 우영(텃밭)이 있다.

밖거리의 한 칸은 고팡(곳간)으로 수납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안거리 정지 앞 오른쪽에는 식수를 길어 나르던 물허벅을 부려놓는 물팡돌이 만들어졌다.

부속시설로는 외양간(쇠막), 변소(통시), 장독대(장항굽), 짚가리(눌왓)가 있다.

제주의 마당은 안거리와 밖거리의 간격(6~8m)에 따라 결정되며 가급적 사각형의 반듯한 형태로 배치됐다.

정결함을 유지하는 이유는 다른 공간과 마찬가지로 마당에도 지신(地神) 존재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 돌담을 낮게 쌓아 만든 통시(뒷간)에서 키우던 흑돼지 모습.

마당은 탈곡작업은 물론 관혼상제 등 의례행사를 수행하는 주거의 중심공간이다.

이에 반해 ‘안뒤’는 민가의 뒤뜰에 해당하는 외부공간으로 타 지방과는 성격이나 형태가 다르다.

안뒤는 뒤뜰에 해당되나 상방(마루) 뒷문이나 정지(부엌) 뒷문을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하고 돌담으로 막아 폐쇄적인 공간으로 설치했다.

다른 울담보다 조금 높게 쌓아 외부의 시선도 차단했다. 이곳엔 대나무, 동백나무, 감나무 등 넝쿨나무를 심어 그늘진 공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목욕이나 가사노동, 휴식공간으로 사용했다. 또 칠성신앙을 받드는 ‘칠성눌’을 설치해 주로 여성들의 사용빈도가 높은 공간이었다.

통시는 변을 보는 뒷간과 돼지를 사육하는 돗통으로 구성된다. 원래 사람들이 드나드는 뒷간에는 지붕을 만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돗통에는 돼지우리 부분에 지붕을 씌웠다.

돼지는 집안에서 나오는 음식물찌꺼기와 인분을 먹여 키웠는데 이러한 통시는 한반도는 물론 중국, 오키나와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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