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991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수상
30년 한결같이 '새벽' 주제로 예술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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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희 추계예술대학교 미술대학 교수…"고향 향수 작품에 담아"
▲ 강승희 화가가 김포에 있는 작업실에서 새벽을 주제로 한 작품(서양화)을 배경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라산과 바다, 고향의 향수를 연상하며 작품을 구상해 왔습니다. 미명(未明) 속의 고요한 정서와 여백이 있는 새벽은 제주의 정서와 다름이 없죠.”

 

국내 최고의 판화가로 꼽히는 강승희 화가(57). 그는 30년을 한결같이 ‘새벽’을 주제로 예술세계를 펼쳐왔다.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교수 겸 교학처장을 맡고 있다.

 

과거 제주는 미술의 불모지였다. 오현고에서 걸출한 은사의 지도를 받아 미술을 습득한 그는 1980년 명문 미술대학인 홍익대에 입학했다. 전공은 서양화였고, 부전공으로 판화를 배웠다.

 

“젊은 시절 동판화 작업을 시작하면 밤을 새면서 끝장을 봐야했죠. 3개월 내내 150회 이상을 깎고, 긁어내고 부식작업을 되풀이해 한 장의 판화를 만들어 냈죠.”

 

그는 판화기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수묵화의 번짐과 어둠의 명암, 다양한 변화의 톤을 고스란히 표현했다. 새벽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을 국내·외 미술계가 주목했다.

 

동판화에 장인의 손맛과 극도의 세밀함이 더해져 또 다른 회화의 조형미가 탄생했다. 연금술사 같은 표현력은 당시 판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는 서른 살이던 1991년 제9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국전(國展) 대상에 이어 같은 해 일본 와카야마 국제판화비엔날레에선 2등상을 차지했다.

 

판화의 속성은 섬세하고 정밀해야 한다. 국민성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일본은 판화 선진국으로 꼽히고 있다. 반 고흐의 초상화 배경에 일본 판화가 그려져 있는 이유다.

 

“와카야마 국제판화전에는 전 세계 1만5000명이 응모했죠. 이 중 150명이 입선했는데 2등을 했죠. 국전 대상에 이어 저로서는 큰 영예가 됐습니다.”

 

판화로는 어렵다는 수묵화의 질감을 표현한 것은 150번이나 긁고, 다듬고, 부식시키는 등 끝없는 인내의 결실이었다.

 

그는 도전에 멈추지 않고 ‘드라이 포인트(dry point)’의 대가로 거듭났다. 이는 동판화에 예리한 기구로 그림을 새기는 조각 요판(凹版) 기법이다. 송곳의 날카로움에서 나오는 번짐 효과와 점묘로 형성되는 강한 톤을 살리기 위해 그는 무게가 많이 나가고 탄소함유량이 높은 쇠를 구입해 직접 도구를 만들었다.

 

동판에 찍어도 날이 살아있도록 여러 차례 담금질을 했다. 이 도구를 통해 동양화에서 느끼는 발묵법과 같은 효과와 힘차고 강한 선으로 새로운 조형미를 찾아냈다.

 

유명 화가라는 것은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한정판)이 어디에 소장돼 있는지를 보면 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대영박물관, 와카야마근대미술관, 우크라이나독립센터, 중경미술관 등 내노라하는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3년 후 환갑을 바라보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번엔 유화(서양화)로 데뷔를 할 예정이다. 국내·외 미술시장을 주름잡는 가나아트센터와 노화랑(Rho gallery)이 제안을 온 것이다.

 

“60살이 되는 해에 새벽 풍경을 주제로 한 서양화 전시회를 홍콩에서 오프닝 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100점을 그렸는데 200점 이상을 더 그려서 전시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그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낼 모레 환갑이지만 미술세계에 펼쳐왔던 투혼의 불꽃은 꺼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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