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서 바라본 산방산-마라도 절경 압권
전망대·진지동굴·올레길 등 볼거리 풍성
오름 모양새가 마치 달이 떠오르는 것과 같아 이름 붙어진 월라봉(月羅峰)은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에 위치한 표고 200.7m, 둘레 4186m, 면적 81만8809㎡의 복합형 화산체다.
다래낭(다래나무)이 많이 자생해 다래오름 또는 도래오름이라고도 불리며, 이 오름 남쪽 평지를 이두어(伊頭御=저승으로 들어가는 문)라 한 데서 이두봉(伊頭峰), 한자로는 표음식 발음을 사용해 대래악(帶來岳)이라고도 한다.
월라봉은 행정구역상으론 감산리 소재로 됐지만, 산 전체의 면적이 넓어 화순리와 대평리에 걸쳐 경계를 이루는 게 특징이다.
남쪽에 깎아지른 듯한 벼랑과 북쪽에 안덕계곡을 끼고 도는 그림 같은 경관은 가히 일품이다. 오름을 오르면 그 만족감은 배가 된다.
총길이 1750m의 월라봉 탐방로는 삼나무와 보리수나무, 소나무 등이 우뚝 솟은 울창한 숲을 가로질러 조성됐으며, 나무데크와 야자 매트 등 등반객 편의를 위한 시설들이 잘 정비돼 있다.
하지만 정상에 다다를 때까지 대부분 오르막이어서 중력과 씨름하는 그 누구나 이마에서부터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기 마련이다.
이럴 때는 잠시 걸음을 멈춰 짙푸른 녹음을 벗어던지고, 울긋불긋 오색 빛의 가을옷으로 갈아입은 나무들의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눈 호강을 했다면 이젠 귀가 호강할 차례. 눈을 지그시 감아 맑고 깨끗한 바람 소리와 바람에 나뭇잎들이 부딪히는 소리,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면 어느 궁궐 하나 부럽지 않을 만큼 황홀한 기분에 빠져들 것이다.
이렇게 25~30분가량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착한다. 멀리 산방산~용머리해안~형제섬~가파도~마라도로 이어지는 파노라마 뷰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제주 남부 해안의 절경을 한눈에 담기에 이 오름만 한 곳이 없다.
능선이 아름다운 군산오름도 보이고, 그 뒤로는 한라산을 배경 삼은 기가 막힌 풍경이 펼쳐지는데, 한 폭의 수채화가 따로 없다.
정상에는 전망대도 마련됐다. 소문을 듣고 찾는 사진작가들의 단골 포토존이라고 한다.
올라온 길 반대편을 따라 하산하는 도중에는 일본군이 만들어 놓은 동굴진지도 볼 수 있다.
1945년 당시 만들어진 이 동굴진지는 일본군이 화순항으로 상륙하는 미군을 저지하기 위해 구축한 것으로 주 진지는 높이 4m, 폭 4m, 길이 80m에 달할 만큼 규모가 상당하다.
이 월라봉 진지동굴은 일제강점기 당시 아픈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장소로 역사 교육의 장으로의 활용을 위해 안덕면과 면주민자치위원회가 잘 보존하고 있다.
오름 밑에는 황개천이 흐르는 ‘개끄리민소’란 곳이 있다. 수천년간 흐르는 물길이 암벽을 뚫고 들어간 독특한 지형으로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식물인 솔잎난이 자생 중이다.
또 오름 입구에는 ‘퍼물’이라는 용천수가 나오는데 1696년 화순리에 주민들이 처음 터를 잡을 당시 생활용수로 이용했던 곳으로 과거 조상의 생활상 또한 엿볼 수 있다.
정상을 돌아오는 탐방로 외에도 대평포구에서 출발해 월라봉을 가로질러 화순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올레 9코스가 조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