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인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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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평론가

‘서지안’과 ‘최도경’이 사랑을 쟁취할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최도경’이 재벌기업의 후계자로 다시 돌아갈까?

아내와 나는 주말 드라마를 보고는 진진한 대화를 나눈다.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KBS2, 소현경 극본)이 40퍼센트를 넘는 시청률(30회, 41.2%)을 기록했단다.

어떻게 이런 높은 시청률이 가능했을까?

아직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로맨틱 코미디가 지니는 장르적 특성을 잘 구현하면서도 독특한 측면을 지닌 데서 그런 기록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드라마들이 신데렐라 이야기를 기반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가난하고 당찬 여주인공은 왕자님, 키다리아저씨, 재벌 2세, 아니면 적어도 본부장 정도는 만나 결핍에서 충족의 상태로 변신한다.

통통하고 귀여운 ‘김삼순’이든, 까칠한 고아이며 스턴트 우먼인 ‘길라임’이든 ‘츤데레(까칠하게 굴면서도 내심 잘해주는 캐릭터)’의 재벌 2세들과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사랑을 쟁취한다.

‘수저 계급론’에서 맨 밑층에 있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서지안’이, 맨 꼭대기의 ‘금수저’를 지닌 ‘최도경’과 벌이는 로맨스는 장르적 특성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물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서민 계층이든, 경제적 부를 획득한 계층이든 지금까지 목을 매고 있던 ‘물질주의’에서 ‘탈물질주의’의 세계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가난의 대물림을 벗어나려고 자신의 꿈도 버리고 대기업의 꿈을 버리지 못하는 여주인공이 느닷없이 재벌의 딸로 변신하는데, 꿈꾸던 세계인 재벌이 자신의 경제적 부를 지키기 위해 개인의 가치와 지향을 버리고 살아야 함을 목도한다.

다시 돌아온 세계에서 여주인공은 그의 꿈이었던 목공예를 하기 시작했고, 재벌가의 꼭두각시로 성장했던 남주인공은 알바를 하며 자신의 일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자식들을 지켜봐야 했던 ‘흙수저’ 아버지는 가족 해체를 선언하고 클래식기타를 사고 죽음을 준비한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삶 속에서 물질주의적 가치를 벗어나려는 인물들의 움직임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는 새로운 시대적 조류를 감지해내고 있다.

한편 한국의 드라마가 지닌 근본적인 유전인자는 ‘춘향전’의 현실성과 낭만성의 조합이다.

지방 수령의 아들과 사랑을 하지만 버림을 받고 간악한 탐관오리의 수청 요구를 받아야 하는 춘향이의 모습이 현실이라면,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3일 만에 남원으로 내려와 변사또를 징치하고 춘향이 정렬부인(貞烈夫人)으로 신분 상승하여 삼남삼녀 두고 잘 사는 것은 판타지다.

‘황금빛 내 인생’의 후반은 어떤 판타지를 향해 갈까?

장르 관습에 얽매여 ‘최도경’을 다시 기업에 종속시키고, ‘서지안’을 그들의 틈바구니에 밀어 넣는 것으로 끝이 날까?

자유의지가 거세되고 물적 가치에 종속되는 것은 ‘황금빛 인생’일 수 없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그 속에서 자유의지에 따라 꿈을 실현하는 인생, 그것이 ‘황금빛 인생’이어야 한다.

황금 개띠 해를 맞으며 그 찬란한 인생을 꿈꿔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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