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원기 부족으로 오는 기침, 설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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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 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겨울에도 볼 수 있는 꽃이라면 단연, 매화이다. 매화는 추위 속에도 꽃을 피우기에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한 의지의 상징으로 옛 선비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군자의 기상을 닮았다 하여 사군자로 일컬어지는 매란국죽(梅蘭菊竹)에서도 맨 머리인 것이다.



제주에도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원래는 설 명절 전으로 예측되었으나 근래의 한파로 2주 정도 늦어진 것이라고 한다.

 

매실(梅實)은 매화(梅花)의 열매이다. 매실 또한 매화 못지않은 군자의 기상이 담겨 있다. 그 효능에 몸의 약한 기운을 잡아주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오매(烏梅)는 매실나무(Prunus mume Siebold et Zuccarini)의 덜 익은 열매를 검게 건조한 것이다. 매실을 한약재로 쓸 때는 40도 내외의 저온 불에 쬐거나 매연 속에서 훈증하여 흑색이 되도록 건조하는데 이를 오매라 한다.



오매는 수삽약(收澁藥)에 속한다. 수삽약은 우리 몸에서 빠져나가는 기운을 수렴하고 고삽(固澁)시키는 작용으로서, 병이 오래되어 원기(元氣)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각종 기능 실조증에 적용된다. 원기가 부족해지면 기침이나 설사가 그치지 않는 등 기탈증(氣脫證)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수삽하지 못하면 원기가 날로 쇠퇴하여 다른 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오매는 수삽약 중에서도 특히 장이 허약하여 발생하는 오래된 설사나 폐가 허약하여 생기는 오래된 기침에 좋다. 허번으로 잠이 안 올 경우에도 수렴하여 잡아줄 수 있다. 또한 위산 결핍으로 인한 식욕부진 및 소화불량 등에도 좋은 치료 효과가 있다.



다만 감기로 인한 기침이나 감염으로 인한 설사의 초기로서 실사(實邪)가 왕성할 경우에는 복용을 금한다. 실사라 함은 병의 원인이 비이러스나 세균 등 외부 요인인 것을 의미하는데 이 실사가 힘을 발휘할 때인 병의 초기에는 특히 금해야 한다. 이때의 기침, 설사는 사기(邪氣)를 내보려는 우리 몸의 자연 치료 기전이다. 이 경우에 수삽약 류의 약을 쓰면 병의 사기를 오히려 머무르게 할 수 있다.



매실의 시고 떫은 맛은 수렴하는 성질의 기초가 된다. 실제로 매실의 ‘구연산’ 성분은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젖산의 생성을 억제하여 피로를 해소하고 칼슘의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이제 5~6월경 매실 수확 철이 되면 가정에서는 매실주와 매실청을 담그느라 분주할 것이다. 하지만 덜 익은 매실의 아미그달린 성분은 과도할 경우 해로울 수 있어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 보고에 의하면 매실주와 매실청은 아미그달린 함량이 1년 정도 후에는 모두 분해되는 결과를 얻었다. 따라서 최소 1년 정도는 발효 숙성하는 것을 권장한다.



동계 올림픽이 한창이다. 매화처럼 어려운 역경을 딛고 성공한 선수들도 보이고 매실처럼 약자를 받쳐주며 유기적인 팀워크로 좋은 성적을 낸 팀들도 눈에 띈다. 이러한 군자다운 풍모는 보는 이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는 반면 안타깝게도 같은 팀인데도 약자를 따돌리며 자신만 돋보이게 하려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목격된다. 이는 한 몸인 것을 모르고 결국 자신까지도 죽이게 만드는 병리적 기전에 다름 아니다. 정기가 허약한데 오매와 같은 수삽약이 아니라 사기를 내치는 실증약을 쓰는 격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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