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지혜가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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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건, 제주대 교수 교육학 전공/논설위원
세상의 고정관념을 깨부순다고 ‘상상망치’라고 하고, 상상에너지를 세상에 퍼 나른다며 ‘상상유발자’라고도 불리는 강우현 사장님을 몇 차례 만나 뵐 수 있었다.

알다시피 그 분은 강원도에 있는 남이섬을 연간 300만명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로 만든 장본인이다. 그런 분이 2014년 자발적 유배인으로 제주도에 내려와 ‘탐나라공화국’이라는 상상나라를 건국했으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다.

그 분을 만나서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제주도의 보물은 땅 속에 있다”는 도발적인 지적이었다. 무슨 말인가 했는데 탐나라공화국을 찾아가 보니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땅 속 깊은 곳에 묻혀 있는 화산 쇄설물들을 드러내어 스토리텔링을 하는 작업을 하셨는데 대단한 역발상이었다. 화산 폭발에 의해 파쇄, 방출된 바위들을 깊은 땅 속에서 그대로 드러내어 만들어진 거대한 용의 자태는 과연 보물이 맞았다.

그러고 보면 제주도 땅 속에는 지하수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궁무진한 자원과 스토리가 있음을 새삼 일깨워준 사람이 강우현 사장님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그런데 우리는 지상에 바벨탑 세우기에만 관심을 기울이면서 제주도 땅속의 가치는 외면한 채 양돈장 축산 폐수를 무단으로 투기해왔고, 쓰레기들을 매립해왔으니 얼마나 황당무계한 짓을 해온 것인지 모른다.

아동문학가 정현정은 동시 ‘흙’에서 “풀씨가 들어와 앉으면 풀씨네 집이 되고, / 고욤나무 뿌리 내리면 고욤나무네 집이 되고, / 땅강아지가 들어가 살면 땅강아지네 집이 되고, / 두더지가 파고 들어가면 두더지네 땅굴이 된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그동안 제주도의 흙은 “폐수가 들어가 폐수장이 되었고 / 쓰레기가 매립되어 쓰레기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문제는 쓰레기다. 최근 인구 급증으로 쓰레기가 폭증하고 있고, 일부가 자원으로 활용은 되지만 대부분 땅속에 매립되는 것으로 필자는 알고 있다.

그래서 자원활용도 높이고 매립도 최소화하고자 의욕적으로 시행하는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취지에 적극 동감하여 집사람과 함께 애쓰는 중이다. 다소 불편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도 늘고, 이제 많이 익숙해져 가는 상황인데 도지사 선거 예비후보들이 폐지를 거론하고 나서서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몸소 분리하고 배출하면서 보니 쓰레기 문제야말로 정쟁이 아니라 ‘생활의 지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때 행정은 생활의 지혜를 도와주는 보조적 역할을 해주면 좋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요일별 배출제를 개선 시행해보는 노력은 필요하고도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우리 선조들은 ‘재를 버리는 자는 곤장이 서른대요, 똥을 버리는 자는 곤장이 쉰대’(棄灰者丈三十, 棄糞者丈五十)라고 하여 유용한 거름자원인 재나 똥을 함부로 버리고 오염시키는 행위를 큰 죄로 보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지혜를 발휘했다.

마침 강우현사장님도 “헌책 페어”를 한다는데 이 또한 쓰레기로 전락하는 헌책에 대해 새로운 지혜를 발휘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쟁이 아니라 지혜이다. 그래서 쓰레기에 대한 시민교육이 필요하고 분리, 배출이 생활습관이 되도록 해야 하며, 나아가 지혜로운 시민문화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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