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토종 민들레, 약재로도 유용해
민들레-토종 민들레, 약재로도 유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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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따스한 봄 햇살을 맞으려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무실 주변 산책길을 나섰다. 떨어지는 벚꽃 잎에 취해 마냥 걷는데 문득 길을 멈추게 하는 반가운 존재를 발견했다. 길가 한구석에 핀 민들레였다. 예전에 그리 흔했던 민들레가 지금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한약재 포공영(蒲公英)은 민들레(Taraxacum platycarpum H. Dahlstedt) 또는 동속 근연식물의 전초(全草)이다. 봄과 여름에 꽃이 피기 전이나 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 사용한다.

포공영은 청열해독약(淸熱解毒藥)에 속해 각종 열독증(熱毒證)을 다스린다. 열독이란 화열(火熱)로 인해 붉고(紅) 붓고(腫) 열나고(熱) 아픈(痛) 증상을 동반하는 각종 화농성 감염증을 뜻한다. 열독을 해소하는 효능은 지금의 소염, 항감염 등의 작용에 해당한다. 포공영의 효능은 종기나 옹양 등의 외과만이 아니라 내과 질환에도 적용되어 그 쓰임이 광범위하다. 상기도염과 폐렴, 급성간염, 급성담낭염, 요로감염 및 십이지장궤양 등에 비교적 좋은 치료 효과가 있다. 특히 초기 화농이 형성되기 전의 유옹(乳癰, 급성 유선염) 치료에 뛰어나다.

다만, 허증이나 만성 증상을 보이는 감염증에는 마땅하지 않다. 감염은 그 사기가 강해서 오기도 하지만 정기가 허해서 생기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정기를 보하는 약을 쓰는 것이 우선이고 청열해독약과 함께 보기약을 적절히 섞어 근본적 치료를 도모해야 한다.

고개를 숙이고 자세히 보노라니 길가에 자리 잡은 것은 토종 민들레만이 아니었다. 꽃이 아직 피지 않아 몰랐을 뿐 주위에는 온통 개민들레 투성이였다. 민들레는 이 개민들레 군락 틈에 끼어 살아보겠노라 먼저 꽃을 피우며 애를 쓰는 듯 했다.

정식명이 서양금혼초(Hypochaeris radicata L.)인 개민들레는 제주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길다랗게 올라온 개민들레 꽃대들이 그 위세를 한껏 뽐낼 것이다.

몇 해 전 제주에 내려와 평화로를 달리고 있을 때 끝도 없이 펼쳐져 장관을 이루는 처음 보는 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었다. 도로 변을 새 노랗게 도배하며 빽빽이 군락을 이룬 모습이 일부러 조성해 놓은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1970년대 목초 씨앗과 함께 섞어 들어온 외래종으로 생태계 교란으로 골치를 겪는 식물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가는 곳마다 양지바른 곳이면 보이는 개민들레들이 여간 밉상이 아니다.

최근 몇몇 개민들레의 효능 실험이 시도되고 있기는 하지만 약재로는 인정되지 않으니 주의를 요한다. 포공영은 전초라 하여 꼭 뿌리를 포함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디 쓰더라도 뿌리 채 캐는 일은 삼가길 바란다. 개민들레로부터 밀려나는 것에 부족하여 사람들의 손에 의해 사라질 운명에 처할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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