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미덕
아름다운 미덕
  • 제주일보
  • 승인 2018.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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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영혼이 더 이상의 새로운 변화가 무의미하다고 생각을 마칠 때 죽음을 선택한다. 늙고 병들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마지막을 맞이할 때도 분명한 이유가 있다. 신분과 나이를 떠나 모두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인정한다. 남아있는 이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하며 섭섭했다 원망에 화해를 청한다. 삶의 목적이 거창하거나 자랑이 아닌 나눌 수 있는 소박한 행복에 가치를 더한다. 느리고 천천히 완성을 위한 과정이며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에 대한 아쉬움은 당부와 부탁으로 이어진다. 사랑한다는 표현에 인색했다가 후회로 남겨지며 용서와 배려 순이다. 부자 베풂이 아닌 가난의 서러움을 함께하지 못한 외면이 죽어서도 깊은 상처와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공통의 전달사항이다. 말과 행동은 어디인가 기록되며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책임이다. 누구 강요가 아닌 무언의 약속이며 잘살았다 칭찬과 질책으로 구분된다. 높고 낮음이 아닌 존경심과 귀감으로 차이를 두며 잘못을 나무라는 훈수가 아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어야 가장 최선인지 일깨워준다. 마치 게임이 끝난 후에 복기하듯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뜻이 숨어있다. 영화의 장면처럼 보이며 결과가 어떻게 변하는지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겨울의 어느 추운 날 친구들과 흥겨운 놀이가 끝난 후 술에 취한 채 택시를 기다리는 중이다. 무심코 옆을 보니 배고픈 노숙자의 불쌍한 눈과 마주쳤다. 어찌할까 주저함은 잠시,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측은함에 주머니 속에 있는 만원을 건네며 슬픈 위로로 달래준다. 집으로 가는 도중에 기억에서 지워졌지만, 이는 세상을 바꾸는 시작이다. 동정을 받은 이는 실로 오랜만에 뜨끈한 국밥에 허기진 속을 달래며 안주 없는 반주이지만 몸을 녹여주니 감사함이 배가 된다. 초라하고 불편한 잠자리에서 오늘 일에 대해 기도를 한다. 이름도 모르는 분이지만 희망을 볼 수 있는 하루를 살게 해준 보답으로 축복을 기원해준다고. 지난밤에 선행을 베푼 나는 사실 오늘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있다. 며칠 전부터 잠 못 이룰 정도의 피곤함과 성공보다는 실패가 그려지는 거래이기에 기대조차 없었지만, 어서 오라 환대와 한 식구라는 동질감으로 모든 일에 행운이 붙은 것처럼 일사천리 원하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는 신의 시험이며 그간의 부끄러움을 씻어내라는 기회이다. 헛된 꿈에 집중하지 않는 현실에 충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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