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심자-약재의 보고, 뽕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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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 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초등생 막내딸이 올레길 걷기에 취미를 붙였다. 올레길이 왜 좋으냐 물었더니, 대답이 재미있다.

때마다 맛볼수 있는 야생 열매 때문이란다. 딸아이는 볼레(큰보리장나무 열매), 삼동에 이어 지금은 산딸기와 함께 뽕나무 열매인 오디에 맛을 들이고 있다. 이처럼 제주의 올레길과 오름을 오르며 제철 자생 열매를 따먹는 재미도 별미이다.

오디는 상심자라 하여 한약재로 쓰인다. 상심자(桑椹子)는 뽕나무(Morus alba Linne) 또는 기타 동속 근연식물로서 완전히 익기 전 홍자색(紅紫色)을 띨 때 채취한다. 상심자는 음을 보하는 보음약에 속해 현훈, 이명, 불면 등 몸이 마르면서 열증을 동반하는 체질의 허한 증상에 좋다. 또한 진액부족으로 인한 관절불리와 당뇨에도 응용되며 노인성 변비에 다용하고 있다.

뽕나무 잎은 상엽(桑葉)이라 하여 독감 등의 열성 감염병으로 인한 발열, 두통, 인후통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뽕나무 가지는 상지(桑枝)라 하며 근육과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서근활락약(舒筋活絡藥)에 속해 풍습비통(風濕痺痛) 등의 완고한 관절 질환에 응용될 수 있다.

또한 뽕나무 뿌리의 껍질인 상백피(桑白皮)는 화담지해평천약(化痰止咳平喘藥)으로 폐열로 인한 기침을 치료하며 수종으로 소변이 불리한 증상에도 쓰인다. 상기생(桑寄生)은 뽕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로 거풍습강근골약(祛風濕强筋骨藥)에 속하는데 풍습을 없애면서도 간신(肝腎)을 보하는 작용을 겸한다. 따라서 오래된 만성 관절염이나 노화로 인해 허리와 다리에 힘이 약해졌을 때 몸 보신용으로도 좋다. 이 또한 혈압을 강하시키는 작용이 있어 고혈압으로 인한 어지러움증에도 적용할 수 있다.

뽕나무는 이처럼 가지, , 뿌리, 열매 모든 부위에서 그리고 그에 기생하는 식물까지도 약으로 쓸 수 있어 어디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다만 부위 별로 효능의 차이를 보이는 만큼 증상에 따라 잘 선택하여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과거에는 비단을 생산하는 양잠업 육성을 위해 뽕나무를 집집마다 심기를 권장했었다. 하지만 화학 섬유가 들어오면서 가옥 주위에 뽕나무를 재배하는 풍경은 좀처럼 보기 힘들게 되었다. 지금 제주에는 곶자왈에 야생으로 자라는 뽕나무들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아직도 비단이 귀하다 하지만 그 용도보다 다양한 질병을 두루 치료하는 약재로서의 가치가 휠씬 더 크지 않을까.

뽕나무의 다양한 효능을 생각해 본다면 지금껏 상품화로 활성화되지 못할 이유가 궁금할 정도이다.

올레꾼들에게 따먹을 수 있는 오디가 달린 나무 정도로만 치부되는 뽕나무. 알고보면 그 뽕나무의 모든 부위에 약리적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그에 맞게 활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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