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귤-약재로서 재래 귤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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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 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며칠 전 도내에서 진피 등 한약재 유통 혁신과 관련한 세미나가 있었다. 제주산 한약재의 유통 활성화와 고부가가치화 방안으로서 우수 한약재 품질제조관리 기준인 GMP 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장이었다. 이러한 기준의 제조시설에는 그만한 비용이 드는 만큼 면밀한 타당성 분석이 추가적으로 요구됨은 물론이다.

타당성 요인의 하나가 바로 적정한 물량의 확보이다. 다양한 제주산 한약재 중에서도 주로는 귤피가 주요한 대상이 될 것이다.

귤피는 현재 대략 1000t 가량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귤류에서 기원하는 한약재인 청피(靑皮), 지실(枳實) 그리고 지각(枳殼)의 생산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대한약전에는 올라가 있지 않지만 제주의 재래귤에서 유래하는 감피(柑皮), 유피(柚皮), 등피(橙皮) 등도 다양한 기능성 소재로 활용, 유통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전에는 감귤류를 크게 감(柑), 귤(橘), 유(柚), 등(橙) 등으로 나누었는데 그 껍질인 감피, 귤피, 유피, 등피는 모두 약재로 쓰였다.

감피(柑皮)는 유감(乳柑, Citrus suavissima Tanaka) 등 감류(柑類)의 열매 껍질로서 중국에서는 광진피(廣陳皮)라 불리는 진피의 일종이다.

귤과의 차이에 대해 문헌에서는 감(柑)은 귤보다 크고 누렇고 껍질도 좀 두텁다고 하였다. 또한 감피는 대개 맛이 쓰지 않으나 귤피는 몹시 쓰다고 그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유감(乳柑)은 장위의 열독을 풀고 소변을 시원하게 해준다. 그 껍질인 감피(柑皮)는 술로 인한 갈증을 없애며 술을 잘 깨게 한다. 또한 산후의 부종에도 쓴다고 하고 있다.

유자(柚子, Citrus grandis (L.) Osbeck)의 껍질인 유피(柚皮)는 담을 삭이고 소화를 촉진시키며 기가 위로 치밀어 오르는 것을 내린다. 술독을 푸는 데도 쓰인다. 제주에서는 민간 요법으로 유자의 일종인 당유자(唐柚子)를 감기의 치료와 예방으로 즐겨 쓰기도 하였다.

등피(橙皮)는 첨등(甛橙)이나 산등(山橙, Citrus aurantium L.)의 껍질로서 담을 없애고 기침과 천식을 그치게 한다. 산등은 그 덜 익은 껍질을 한약재인 지각으로 쓰기도 한다.

이러한 귤들은 현재는 흔하지 않은 재래종들이다. 70년대 온주밀감이 대량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대부분 베어져 버렸지만 19세기 말 무렵만 해도 제주 재래 감귤은 감자(柑子), 유자(柚子), 유감(乳柑), 동정귤(洞庭橘), 등자(橙子), 왜귤(倭橘) 등 16가지 품종에 이르렀다. 이 재래 귤들을 다시 복원, 육성하여 그 껍질들을 다양한 기능성 소재로 활용해 볼 수는 없을까. 이들 운향과 약재들만 해도 도내 GMP 시설의 처리 물량으로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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