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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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세상 ‘키움학교’ 대표

친구들과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을 가졌다. 아무래도 같은 나이대이다 보니 자녀들 나이도 엇비슷하게들 대학을 졸업한 성인이 되었다. 이제는 친구 남편들도 하나둘씩 퇴직해서 집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안보이던 새로운 문제가 보이는 것 같다. 한 친구가 진지하게 이야기 한다.

며칠 전엔 우리 딸과 남편만 집에 있게 되었는데 글쎄 딸이 점심 때가 되어도 밥 먹을 생각을 안해서(어쩌면 아버지 식사 준비를 안해서일 수도) 남편이 많이 서운한 것 같아. 내가 집에 오자 그 이야기를 하더라.” 자신의 딸 아이는 끼니 때가 되어 엄마가 없는데도 아버지 식사차려드릴 생각을 안해서 남편이 서운했다는 이야기다.

요즘 아이들은 다 그런 건지 우리 아이만 그러는 건지?”

그러자 친구들 의견이 둘로 나뉘었다.

아버지가 한가하게 집에 있으면 아버지가 차려서 같이 먹으면 되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 큰 자녀가 집에 있는데 아버지 식사 걱정을 안하다는 건 좀 그렇다.”

친구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나는 슬그머니 며칠 지난 가족 카톡난을 들여다봤다. 그 때는 당연한 거라고, 무심하게 생각한 딸 아이의 한 마디가 기억난 것이다. 내가 볼 일이 있어 집에 없을 때였는데, 딸아이가 늦어진다면서 아빠한테 식사 챙겨드세요. 들어갈 때 맛있는 거 사다드릴게요.’라고 했던 문자였다. 아마도 엄마도 없는 집에 계신 아빠의 끼니가 은근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선 나도 딸아이에게 특별히 어떻게 하라고 주문한 내용은 없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내가 없게 되면 오히려 남편에게 아이들의 끼니를 걱정한 적은 있지만 성인이 되고 난 다음엔 그런 문제에선 둘 다 놓여난 상태라고만 생각했었다.

친구들에게 그 내용을 보여주었더니 친구들 모두 칭찬일색이다. 그런데 한 편으론 아버지 식사를 걱정하는 일이 그렇게 칭찬받을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족의 의미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 집에 들어올 시간이 지나도 안들어오면 걱정하는 것! 식사 때가 되면 집에 있는 식구의 끼니를 걱정하는 것! 그런 것들이 가족이 아닐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를 때라는 말이 이래서 필요하다. 혹여나 내 아이가 어떤 부분에서 소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면 그때라도 그 의미를 알려주고 부모가 기대하는 바를 이야기 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미처 몰라서 챙기지 못했던 것이지만 이제부터라도 챙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니깐 말이다.

친구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주었더니 그 날 이후부턴 더 자주 식사 때가 되면 카톡이 울린다. ‘엄마 아빠 식사하셨어요?’ 반은 엎드려 절받기이지만... 그래도 자식이 해주는 거여서 기분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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