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자원봉사
폭염 속 자원봉사
  • 제주일보
  • 승인 201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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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춘강장애인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땀이 흐른다. 짜증 섞인 목소리로 “봉사 활동 다했어요. 확인서 주세요.” 수고에 대한 칭찬과 더불어 음료를 건넨다. 시원한 물을 마시고, 에어컨 바람에 땀을 식힌 후에야 얼굴 가득했던 오만상이 펴진다. 봉사 실적을 입력하고 확인서를 발급하는 동안 학생들에게 소감을 묻는다. 열의 아홉은 힘들었다는 퉁명스러운 답이다. 재방문 의사를 물으면 봉사시간 아직 덜 채웠다며 또 온다고 대답한다. 자원봉사가 아닌 의무봉사처럼 다녀가는 것이 중·고등학생들의 현실이다.

춘강장애인근로센터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다. 사회적 제약으로 인하여 직업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급여를 지급함으로써 그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통합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자원봉사 활동은 주로 작업장 일손 돕기다. 장애인들의 수고가 덜어지는 것이기에 자원봉사자가 오면 서로 반긴다.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는 장애인들을 보며 학생들은 어색함에 머뭇거리면서도 뿌듯한 표정으로 장애인 곁으로 다가선다.

하지만 한 시간쯤 지나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일하는 방법을 말도 잘 못 하는 것 같은 지적 장애인에게 배워야 하고, 실수라도 하면 틀렸다고 지적까지 받아야 한다.

‘분명히 저분은 장애인이고 나보다 부족하여 도와주러 왔는데…’심기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힐끔거리며 쳐다보고, 몇몇은 “장애인이 어떻게 잘 알아요?” 대놓고 물어오는 이도 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수를 다섯까지도 못 세는 이들이 지속적인 훈련으로 맡은 일은 누구보다 잘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보고 놀라는 것이다. 함께한 이들에게는 장애인도 할 수 있다고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처럼 자원봉사는 타인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자연재해로 삶을 잃어버린 현장에서, 혼자 설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은 취약계층의 이웃들 곁에서 아픔의 순간을 함께 하였다면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자원봉사 온 이들 중에는 묵묵히 일만 하고 가는 이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얼굴에 기쁨도 보람도 보이지 않는데 다른 이들보다 더 성실히 온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는 봉사 활동 이력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등학생들은 대학 합격을 위해, 대학생들은 학점 취득을 위해, 그리고 회사원들은 인사고과를 위해 자발적이나 즐겁지 않은 봉사활동을 한다.

자원봉사는 단어 뜻 그대로 ‘스스로 원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돕는 행위’여야 한다. 타인을 위해서 자신의 이해를 돌보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하여 타인이 함께 설 수 있도록 섬기는 활동이어야 한다.

진정한 자원봉사만이 평생의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웃과 소통하는 기쁨을 얻을 수 있기에 자라는 청소년의 봉사 활동은 더욱 그러하길 소원한다. 학생들의 자원봉사 활동은 개학을 앞두고 더 분주해질 테다. 8월의 폭염 속에서 하는 것이기에 진주처럼 삶 속에서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잠자는 자녀를 흔들어 깨우며 “봉사 시간 채워야지”하지는 말자. 아이스크림이라도 건네며 자녀와 자원봉사에 대하여 이야기 나눠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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