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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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선

나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 이제 그 시절을 회상해 보니, 청춘을 낭비한 것은 아닌지. 회한이 밀려온다. 다행히 거동이 불편한 몸종이지만 삶을 이어가고 있어, 남은 기간 아직 남아있는 일을 매듭짓고 싶다.

현대는 정보화 시대라서 서로 소통하면서 지낸다. 특히 인터넷은 정보와 인맥을 거느린 문명의 이기이다. 노인 십계명, 백세를 위한 길라잡이, 노년의 남자가 하지 말아야 할 일 등, 알고 있으면 좋을 좌우명 같은 내용에 늙을 여가가 없을 정도다.

내가 왕년에는 잘 나갔다고 하지 말라고 타이르고 있다. 왕년에 황금송아지 안 키운 이가 누가 있겠는가? 검증할 수 없는 호시절이야기, 듣는 사람이 슬프다.

60대의 지나친 인생이 되돌릴 수만 있다면 공기 좋고 풍광 좋은 선영 조상들이 수 백년을 살아온 고향을 찾아 봇짐을 내려놓고프다. 1000여 평 농지에 초가삼간 집을 짓고 텃밭을 가꿔 자급자족하는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제 너무 늦어버린 인생이다. 현재 주어진 환경을 인생의 막바지 정거장으로 세월 따라 흘러가는 거다. 나이 들수록 병원 가까워야 하고 소공원이 근접하여 매일 스트레칭운동이라도 할 수 있는 조건이면 만족하는 요즈음이다.

인생 70대에 접어들면 학력도 경력도 자랑할 업보는 아니 된다. 80대에 접어들면 무소유를 향하여 갖고 있는 것을 주고, 내다 버리면서 가벼워져야 한다. 시대 발상이 뒤떨어지기 쉽다. 막상 기획하고 보면 역동적인 신세대에게 밀린다는 거다. 노인이 개발한 아이템은 이미 한물간 추억의 첫 장이나 다름없다는 비유로 내가 튀긴 치킨보다 남이 튀긴 치킨이 맛좋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그리고 되도록 책임소재에서 멀어지라고 타이른다. 자신이나 짐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가꾸고 건강을 지키라고 한다. 그러므로 소파와 한 몸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늙었다고 세상이 끝난 것이 아니니까.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으면 다리 근육이 조금은 현상 유지할 수 있으리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돌아다니자. 오늘 걷는 길이 내일로 이어져 장수를 누릴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은가. 한창때가 있었지만 지금도 아주 괜찮다. 아직도 남은 날이 미지수이지만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망구望九를 바라보는 나의 욕심은 일곱 손자가 공부를 마치고 취직해 결혼에 꼴인 할 때 까지만은 살고 싶은 것이다. 늦어도 5,67,8년의 세월이 흘러가만 준다면 하고 욕심을 내어본다. 감성과 지성을 위한 즐거움으로 수필을 쓰며 문학 동호회에 참여하는 과정이 병환의 고행을 달래주고도 있다.

외관을 잘 차려입는 것도 첫인상을 호감을 이끌기 위한 방법이다. 나이가 들수록 멋진 옷 입어야 성공한 노년으로 보인다고 한다.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며 되도록 밝은색으로, 모자와 구두도 맞춰 입으면 멋져 보인다고.

대박 사업 아이템을 떠올릴 거면 차라리 재취업을 고민하란다. 인맥 자랑도 허풍이 많으니 자제할 일이다. 내가 하는 일에 과연 누가 얼마나 도와주는지 생각해보면 알 일이고, 나는 과연 누구에게 중요한 인맥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단 하루라도 허송세월로 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노인의 가장 중용한 덕목은 늙었다는 티를 내지 않는 자존심이라고 한다. 늙었으니까, 이 나이에, 이제 와서 따위의 체념이나 푸념은 노년을 추하게 할 뿐이기에 삼갈 일이다. 젊은 시절은 저마다의 이정표였고, 노년은 종착역을 향한 여정이 아니던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좌우명이지만 아프지 않고, 빚이 없고, 남에게 원한이 없으면 기본적으로 잘 살아 왔다고 자부하고 싶다. 사는 거니까 부지런히 나돌아 다니면서 삶의 보람과 즐거움을 추구해야 하리라. 황혼의 블루스가 오래 계속되기를 빈다. 어차피 인생은 외길 차표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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