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올림픽 레거시와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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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일본 치바대학교 준교수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이 2년 앞으로 다가온 일본에서는 ‘올림픽레거시(유산)’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흔히들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여부는 레거시의 창출과 관리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일본은 이미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경험이 있다. 이를 통해 도시 인프라를 비롯한 다양한 유무형 올림픽 레거시도 어느 정도 축적했다. 때문에 이번 올림픽은 도시 인프라와 같은 ‘하드’면의 레거시에 집중하기보다 더 나은 사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소프트’면의 내실화에 초점을 둬야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하는 레거시는 자원봉사자이다. 레거시의 주요 원천은 사람이고 자원봉사는 올림픽의 사회적 레거시를 창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를 하나의 전문 인재로 보고 향후 인적 네트워크와 개인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일본 올림픽 대회 조직위는 올해 9월부터 하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활동할 총 11만명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그런데 이 자원봉사의 모집을 둘러싸고 최근 잡음이 많다. 자원봉사자에 대한 대우가 너무나 열악하고 대학생들을 무리하게 모집에 유도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대회조직위가 올 초에 발표한 자원봉사자 모집요강 안에는 교통비와 숙박비의 본인 부담은 물론이고 보험 지원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교통비와 숙박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도쿄에서 자원봉사자들의 재정적 부담은 크지 않을 수 없다. 비판이 일자 대회조직위는 교통비에 한에서는 일정 한도 내에서 지원하고 보험가입도 검토하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폭염주의보가 자주 발생하는 8월에 하루 8시간 활동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자원봉사자의 모집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대회조직위는 대학생들의 지원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 공휴일도 변경하고 대회기간에는 수업과 시험을 치르지 않고 전체 학사일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법적 조치까지 마련하고 있다.

상업주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올림픽은 국가적 이벤트인 동시에 거대한 상업 이벤트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수백억의 스폰서 수입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거대 이벤트를 지탱하는 자원봉사자들은 무상으로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의 자발성과 순수성을 생각하더라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대회 조직위는 자원봉사자를 공적인 미션에 찬동해 스스로 지원한 사람이라 규정하며, 모집도 동원이 아닌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지원에 한한다고 한다.

일본은 인력을 사용하는 분야에서 무상 서비스는 거의 없고 엄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자원봉사자는 무상으로 헌신해도 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특유의 오모테나시(진실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접대한다는 뜻) 문화와 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은 어느 정도 용인된다는 의식도 깔려 있다. 하지만 이는 앞서 자원봉사자를 자원봉사라는 또 하나의 전문능력을 가진 인재로 활용하기 위해 레거시를 고민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자원봉사자문화를 레거시로 남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 개선과 그들에 대한 진정한 존경,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최고의 대우가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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