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무등산(無等山)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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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세상을 살다보면 오늘처럼 가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다. 이런 때 소위 오피니언리더(opinion-leader)격에 있는 사람이 이를 방관하고 지나친다면 그것은 양심과 사회정의라는 측면에서 어쩌면 직무유기(職務遺棄)일 수 있기에 필을 들었다. 빛고을 무등산은 광주 호남을 대표하는 천하의 명산이다. 서울에 남산과 북한산, 관악산 등이 있다면 부산에 금정산, 목포에 유달산, 강원도에 태백산, 충청도에 속리산과 계룡산, 전라도에 월출산과 지리산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빛고을 광주에는 어떤 산이 있겠는가? 그렇다 바로 무등산이다. 이 무등산은 옛 광주의 지명인 ‘무진주(武珍州)’와 더불어 꽤 많은 역사와 신화를 간직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이성계의 역성혁명을 무등산신이 허락하지 않아 조선 건국 후에 무등산이 벼슬을 받지 못했다는 전설이 유명하다. 무등산의 명칭은 무진악, 무덤산, 무당산, 무돌산, 서석산, 무정산 등으로 본래 무등(無等)이라는 말은 불교의 반야심경의 시무등등(是無等等), 곧 ‘어디에 비할 바 없는’ 이라는 뜻이며 백제가요에 <무등산가>라는 노래가 나올 정도로 역사가 깊다. 또한 ‘무정산(無情山)’이라는 무등산의 이칭은 전설과 관련된 것으로 이성계가 역성혁명(쿠데타)을 일으키려고 무등산신에게 허락을 받으려 했지만 허락하지 않아 무정하게 느꼈다는 민간어원적인 명칭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조선 태조 3년 여러 산과 더불어 무등산 역시 호국백(護國伯)이라는 봉작을 받았으며, 세종조 이후 무당산신에게 관에서 산신재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근현대사에 빛나는 광주학생의거나 5·18민주항쟁이 광주에서 발생한 것도 무등산의 이러한 정기(精氣)와 무관하지 않다. 또 무등산의 보물적 가치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등산은 이미 최근 국립공원 지정을 받았으며 해발 1187m를 이루는 천왕봉을 비롯하여 지왕봉, 인왕봉, 새인봉, 장불재, 서석대와 입석대(천연기념물제465호) 등, 특별한 과학적 중요성과 희귀성. 생태고고학적,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에서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정하였다. 자! 이만하면 천하의 명산(名山)이 되고도 남을 만하지 아니 한가.

자고로 우리나라 전 국토의 68%는 산지로 형성되어 있으며 전국 방방곡곡마다 마을들은 이러한 산을 배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예부터 우리나라의 산은 4대 영산(靈山)과 15대 명산(名山)이 있었던 바, 4대 영산으로 백두산, 금강산, 지리산, 한라산이 그것이요, 묘향산과 오대산, 가야산과 영축산, 월출산과 무등산 등이 바로 15대 명산에 속한다. 그런데 최근 SNS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한국 100대 명산>을 지정하면서 그 안에 ‘무등산(無等山)’을 배제해 버린 것은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하루 속히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신문보다 SNS를 즐겨 본다.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심각한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요즘 남북 통일이 큰 화두로 떠오른 시국인데 왜 또 북한지역의 산들은 <한국 100대 명산>에서 모두 삭제하고 있는가? 무등산은 물론이거니와 북한의 명산들도 빠짐없이 <한국 100대 명산>에 반드시 등재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제주 영산(靈山) 한라산은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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