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송이로 제주만의 색 담은 도자기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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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人 아카데미-(6)이기조 중앙대 공예학과 교수
조선백자 전통美·정체성 탐구에 앞장
‘가장 현대적으로 풀어’…전세계적 관심
재료의 물질적 속성 체득 필요성 강조
“제주가 내재한 도자기 자산 매우 커
토양·기반 갖추면 세계적 명소될 것”
지난 15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제주新보 ‘제주人 아카데미 강좌’에서 이기조 중앙대 공예학과 교수가 ‘조선백자 달항아리와 케이팝’를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고봉수 기자 chkbs9898@jejunews.com
지난 15일 제주웰컴센터에서 열린 제주新보 ‘제주人 아카데미 강좌’에서 이기조 중앙대 공예학과 교수가 ‘조선백자 달항아리와 케이팝’를 주제로 강연을 펼치고 있다. 고봉수 기자 chkbs9898@jejunews.com

우리나라 전통을 계승하는 것은 한국적 정체성을 획득하는 데 있습니다. 머리와 지식이 아닌 수련을 통해 감각을 키우는 일을 소홀히 하면 안됩니다.”

이기조 중앙대 공예학과 교수는 한국인으로서 감성을 배양하고, 전통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5일 제주보가 제주연구원에서 주최한 제주아카데미의 일곱 번째 강좌에 강사로 나서 조선백자 달항아리와 케이팝을 주제로 강연했다.

조선백자의 =조선백자의 전통적 미()와 정체성을 계승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기 위한 작업은 녹록지 않았다. 조선백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1년 혜전대학교 도예과 교수로 임용되면서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 오랜 도자기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에 명품 도자기 회사가 한 곳도 없는 것이 의아했다.

그는 “200~300년 밖에 안되는 짧은 도자기 역사를 갖고 있는 독일도 유수의 명품 도자기 회사가 많다면서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에서 제작하고 있는 도자기는 조선백자가 아닌 유럽도자기 형태가 섞인 정체불명의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최고의 도자기 명품회사를 만들려면 조선백자의 뿌리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나름의 사명감을 가졌다면서 국내 박물관과 문화재연구소는 물론 일본 박물관 등지를 돌아다니며 조선백자를 배우고 느낌을 체득해 나갔다고 했다.

각고의 노력과 연구 끝에 그는 현존하는 국내 도예작가로는 처음으로 2004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5점의 작품을 출품해 모두 팔렸고, ‘조선백자를 가장 현대적으로 잘 풀어낸 작가라는 극찬을 받았다.

감성과 전통, 그리고 현대성=그는 독특학 풍토에서 자라난 한국인들의 감성에 주목했다.

그는 손으로 하는 감각적인 재능은 한국인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전제한 후 한국인에겐 음악, 기악, 골프, 감별사 등 논리적이 아닌 감각적인 재능과 손재주가 있다. 이러한 한국인의 감성이 한국 전통 문화 코드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예의 본질인 손과 눈, 재료가 디자인에도 적목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조형은 재료를 주무르는 과정에서 저절로 태어나며, 형태는 재료에 따르게 된다면서 과거 전통유산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미술관, 박물관을 자주 찾고 자연에 대한 감각을 읽혀 안목과 분별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재료의 물질적인 속성을 체득하지 않고는 디자인 할 수 없다고 단언한 후작업과정에서 즉흥성과 무의도성이 개입되면 자기정체성의 세계를 무한히 높힐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조선백자 작업 시 세가지 방향을 중시한다.

그는 모방, 재현, 답습을 통한 시각적인 관찰과 들어보고 만져보는 신체적 경험, 그리고 창작하며 탐구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백자의 조형미를 테이블웨어(Table ware·식탁용 식기류)에 적용해 현대에 걸맞은 감각을 읽히고, 즉흥성과 우연성의 작업과정을 즐기는 구조적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조 중앙대 공예학과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는 제주인 아카데미 참여자들의 모습.
이기조 중앙대 공예학과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는 제주인 아카데미 참여자들의 모습.

제주섬이 주는 힘=이 교수는 제주시 이도2동 출신으로 광양초와 제주일중, 제주일고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시절 미술부였던 그는 계절 구분없이 매주 한라산을 오를 정도로 산귀신이었다.

그 때 한라산을 자주 찾은 게 지금 감성적이나 육체적으로 예술 활동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제주에서 봤던 풍경들이 마음 속에 내제돼 있다가 작품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학교가 끝나면 책가방을 배낭으로 바꾸고 무작정 한라산에 올라갔죠. 윗세오름까지 가면 날이 캄캄해 지는 데 달밤에 눈이 위로 쌓여 발이 빠지던 그때가 눈에 선합니다.”

후천적으로 건강해졌다면 아마도 한라산 영향이 컸을 것이라는 그는 최고의 아름다운 자연을 갖고 있는 제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최고의 미적 감각을 갖게 됐다며 고향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제주도의 자연은 하늘과 땅 사이에 바다가 있다. 어릴적 탑동 서부두를 찾아 집채만한 파도가 몰려와 방파제를 때리면 눈에 물방울이 쏟아지는 것을 즐겼다는 그는 제주 자연 속에서 끌어올랐던 감정이 작업의 감성을 배가 시켰다고 단언한다.

제주의 방향성은=제주지역 도자기사업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이 교수는 제주는 천혜의 경관이라는 절대 자산을 갖고 있다면서 제주에서 나는 흙을 갖고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제주만이 갖는 독특성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만 최고의 가치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어 제주도가 내제하고 있는 도자기 자산이 매우 크다고 본다면서 지금이라도 제주에서 채취한 흙, 화산송이를 갖고 제주만의 색을 가진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내외 최고의 예술가들이 올 수 있는 토양과 기반을 만들어 준다면 제주도가 세계적 명소로 각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조선백자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해 세계적인 도자기를 만든 장인으로서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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