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버려졌던 빈병이 '마법의 돌'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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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트림사, 폐유리 업사이클링 세계가 인정...JDC 내년에 플랜트 도입
오키나와에 있는 트림사 공장에서 유리가루를 가열해 만든 돌(슈퍼 솔)이 생산되는 모습.
오키나와에 있는 트림사 공장에서 유리가루를 가열해 만든 돌(슈퍼 솔)이 생산되는 모습.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2021년까지 시행하는 미래산업의 핵심은 환경 가치 증진에 두고 있다. 총 1098억원을 투입하는 가운데 1단계 사업으로 폐유리재생공장을 선정했다.

JDC가 내년에 준공을 목표로 하는 폐유리재생공장의 롤 모델은 일본 오키나와에 있다.

크고 작은 160개의 섬으로 이뤄진 오키나와의 본섬(1207㎢)은 제주도(1848㎢)보다 작지만 인구는 140만명으로 제주(68만명)보다 2배나 많다.

두 섬의 공통점은 연간 1000만 관광객이 찾는데 있다. 관광객과 주민이 배출하는 술병과 음료수병 등 빈병은 이들 두 섬에서 연간 4800t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에서 배출된 빈병은 배에 실려 재생공장이 있는 군산 등 전국 각지로 보내고 있다.

반면 오키나와 나하시 남쪽 한적한 농촌마을에 있는 ㈜트림(Trim)사는 빈병을 원료로 ‘마법의 돌’을 생산, 재활용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 있다.

1996년 공장을 설립한 이 업체의 연간 매출액은 1억엔(한화 10억원)으로 계열사를 포함해 종업원은 160명이다. 오키나와에서 배출되는 전체 빈병의 5~10%를 재활용하고 있다.

 

▲유리병에서 돌을 생산하다=“여름에는 음료수병, 가을에는 와인병, 겨울에는 아와모리병(오키나와 전통소주)이 눈에 띄게 되면 계절이 바뀐 것을 알 수 있죠.”

트림사 츠요시 타마나하 사업본부장은 공장 한쪽에 산더미를 이룬 빈병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재생 과정을 요약하면 ①빈병 1차 파쇄(직경 8㎜)→②송풍장치로 불순물 제거(뚜껑·라벨)→③2차 파쇄가 이뤄진다. 이 과정을 거치면 유리병은 고운 밀가루처럼 된다. 미세한 가루는 지름이 0.035㎜에 불과하다.

유리가루(97%)에 혼합재료(3%)를 넣고 믹서를 한 후 700~900도로 가열하면 부풀어진다. 바삭바삭한 ‘마법의 돌’이 탄생한다. 마치 밀가루 반죽을 오븐에 넣어 빵을 굽는 과정을 연상케 했다.

폐유리로 재생한 돌을 트림사에선 ‘슈퍼 솔(Super-Sol)’이라고 명명했다.

츠요시 사업본부장은 “빈병을 잘게 부셔서 가루로 만드는 과정은 일본과 한국 모두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돌로 재생하는 것은 트림사가 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리가루로 만들어 낸 마법의 돌 ‘슈퍼 솔’
유리가루로 만들어 낸 마법의 돌 ‘슈퍼 솔’

 

마법의 돌로 만든 화분과 흙을 대체한 모습.
마법의 돌로 만든 화분과 흙을 대체한 모습.

▲활용가치 무궁무진=‘슈퍼 솔’이란 불리는 마법의 돌은 현무암처럼 다공질이며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물을 스펀지처럼 쑥쑥 빨아들일 정도로 흡수성과 통기성, 배수능력이 뛰어나다. 강도를 높인 돌은 도로포장 시 기초 잡석으로도 사용된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분야는 원예와 녹화다. 이 돌을 흙과 섞어서 나무를 심으면서 뿌리에 산소와 물을 원활히 공급해준다. 실내에선 관엽식물의 인공토양으로 대신할 수 있어서 벌레가 발생하지 않는다. 농가에선 ‘슈퍼 솔’과 흙을 섞어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여과기능이다. 오키나와 바닷가재 양식장에선 이 돌을 이용해 물을 여과해 오랜 시간 깨끗한 수질을 확보하고 있다.

베트남에선 이 돌을 수입해 양돈장을 지은 결과, 바닥에서부터 분뇨를 흡수하고, 여과를 해주면서 악취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투수력이 워낙 좋아서 잔디 밑에 깔아 두면 빗물 저장고 된다. 수동펌프를 설치하면 필요할 때 빨래나 화장실용 허드레 물로 꺼내 쓸 수 있다.

‘마법의 돌’ 제조시설은 일본 15개 지역에 설치된데 이어 2015년 대만에도 수출됐다.

JDC는 이 제조시설을 내년에 도입, 도내에서 발생한 빈병을 원료로 업사이클링 시스템을 본격 가동한다.

 

(인터뷰) 트림사 사장 이와오 쓰보이 "폐유리 재생...제주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돼야"

“‘슈퍼 솔’은 건축·토목·원예·정화 등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죠. 사용이 끝나도 매립용 잡석으로 다시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입니다.”

22년 전 트림사를 창업한 사장 이와오 쓰보이는 “제주에서도 투수력과 통기성이 좋은 슈퍼 솔을 이용해 골프장과 양식장, 양돈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래 대형 음식점을 운영했던 그는 동고동락했던 40~50대 종업원들이 젊은이들에게 밀려 일을 그만두는 것을 보고 직원들이 60세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사업을 찾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식당에 수북이 쌓였던 빈병이 야산에 불법 매립되고 투기되는 것을 알게 된 후 재생사업에 눈을 돌리게 됐다. 마침 일본에서 자원재활용법이 제정돼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처음엔 잘게 부순 유리가루를 아스콘에 섞어 아스팔트 포장에 사용하거나 선박 바닥을 세척하는 용도로 써봤지만 번번이 실패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쓰보이 사장은 “유리가루 자체로는 사업성이 없었죠. 그래서 원재료를 활용해 ‘슈퍼 솔’이라는 돌을 생산한 결과, 전 세계가 인정하는 리사이클링 회사로 거듭나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마법의 돌’이 컵받침과 목욕탕 발판은 물론 도로 및 토목공사 자재로 활용되는 등 다방면에 가능성이 많은 친환경재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발로 밟으면 귀가 뻔쩍 뜨이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방범용으로 마당에 까는 가정도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폐유리재생공장이 제주도에 들어서면 경쟁이 아닌 협력을 하고 싶다”며 “슈퍼 솔은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일상에도 쓸 수 있는 만큼 제주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됐으면 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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