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예술작품'이 된 쓰레기소각장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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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반대했던 마이시마 소각장...오사카의 '관광명소'로
오사카시에 있는 마이시마 소각장은 마치 동화나라의 궁전을 연상케 하고 있다.
오사카시에 있는 마이시마 소각장은 마치 동화나라의 궁전을 연상케 하고 있다.

“아름다운 저 건축물은 뭔가요?” 일본 오사카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북항 다리를 지날 때마다 가이드에게 한번쯤 물어보는 마이시마 소각장은 오사카의 명물이다.

동화 속 궁전 같은 외관에 높이 솟은 망루, 화려한 채색의 소각장은 마치 요정들의 사는 집처럼 보였다. 이 건물은 직선과 직각이 없는 게 특징이다. 복도와 계단마저 부드러운 곡선으로 설계됐다.

마이시마 소각장은 녹색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상징이자 예술작품으로 승화했다.

▲역발상이 관광명소로=오사카는 일본 제2의 도시다. 예로부터 상업이 발달해 경제 분야에선 수도 도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인구 272만명이 하루에 배출하는 쓰레기양은 3600t. 이 중 900t(25%)을 처리하는 마이시마 소각장은 오사카 앞 바다에 있는 인공섬인 ‘마이시마(舞洲)’에 들어서 있다.

1997년 착공, 2001년 준공된 이 소각장은 오스트리아의 화가이자 건축가인 훈데르트바서(1928~2000)가 디자인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앞장섰던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다.

소각장 건립이 발표되자 오사카 주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주택가와 떨어진 인공섬에 입지가 선정됐지만 더럽고 냄새가 난다는 인식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사카시는 훈데르트바서가 설계한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슈피텔라우 소각장’(1991년 완공)에 주목했다. 그가 스케치한 150분의 1의 모형도는 혐오시설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주변은 공원으로 꾸며져 주민들에게 개방됐고, 학생들에게는 친환경교육장으로 거듭났다.

일본에선 초등학교 4학년 때 의무적으로 환경교육을 한다. 연간 3000명의 학생들이 이곳을 방문, 그림을 그리고 감상문을 쓰고 있다. 학생들의 작품은 소각장 내부에 전시하고 있다.

무라카미 신야 공장장은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보고 배우면서 부모에게 올바른 쓰레기 분리 배출을 당부할 정도”라며 “오사카 주민들이 반대했던 소각장이 지금은 관광명소가 됐다”고 자랑했다.

마이시마 소각장에는 연간 1만6000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이 중 30%(4800명)는 외국인이다.

 

소각장에 들어서 있는 환경교육장.
소각장에 들어서 있는 환경교육장.
소각장 내부 복도의 모습.
소각장 내부 복도의 모습.
소각장 내부에 전시된 어린이들의 작품.
소각장 내부에 전시된 어린이들의 작품.
소각장 내부를 축소한 미니어처.
소각장 내부를 축소한 미니어처.

▲최고의 비용으로 완벽을 추구=6층 높이의 건물에 굴뚝은 120m에 이르는 소각장의 건축면적은 1만7000㎡ 규모다.

총사업비는 609억엔(한화 6100억원)이 들었다. 소각로 2기와 3단계에 걸친 유해가스 제거장치에만 500억엔(5000억원)이 소요됐다.

최저가가 아닌 최고의 비용으로 완벽에 가깝게 지어진 만큼 냄새가 나지 않고 다이옥신 배출을 제로화하는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이곳에는 하루 800대의 청소차가 드나든다. 차량이 진입하면 에어 커튼막이 가동돼 악취가 새나가지 않도록 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선 쓰레기봉투에 음식물도 함께 넣어 배출한다.

한국은 소금이 들어간 국과 찌개류를 주로 먹으면서 이로 인해 소각시설이 빨리 부식돼 음식물쓰레기는 별도로 처리한다고 설명하자, 공장장은 이외라는 반응이다.

일본에선 음식물을 씻은 다음 탈수기로 물기를 짜내 가연성쓰레기와 함께 배출하고 있어서다.

대형 소각로는 900도의 고열로 쓰레기를 완전 소각한다. 여기서 나오는 유해가스는 포집기로 빨아들여 한번은 냉각시키고 두 번은 230도의 고열로 가스를 분해한다. 공장장은 “냄새까지 태워서 없애버린다”고 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소각재가 나온다. 쓰레기 중량의 5분의 1, 부피는 20분의 1로 줄어든 재는 3m 높이로 쌓고, 흙을 50㎝로 깔아준다. 층층마다 이 작업을 반복하면 바다에 매립지가 조성된다고 한다.

완전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증기는 대형 보일러실로 보내 모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배출되는 온수는 주변 공장에 공급해주고 있다. 소각장에서 쓰다 남은 전기를 전력회사에 팔아 연간 13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소각장 한 켠에는 리사이클링센터가 있다. 자전거와 가전제품 등을 분해해 철과 알루미늄을 수거, 연간 5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무라카미 공장장은 “마이시마 소각장이 혐오시설이 아닌 주민들이 자랑하는 관광명소가 된 것은 창문에 기둥 하나, 타일 한 장까지 디자인을 하고 색채를 입힌 건축 예술작품으로 꾸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사카=좌동철 기자

 

무라카미 공장장이 전기 생산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무라카미 공장장이 전기 생산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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