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명곡의 숲 산책···건조한 삶에 주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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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권순훤/쌤앤파커스)
유사한 음악·그림 배치한 친절한 설명…독자 이해도 ‘쏙쏙’
두 분야 상보적 이해 지평 확대…시대 삶‧사회 엿보는 기회도
“클림트 작품 속 베토벤 ‘월광’ 들리는 효과도”
“예술교육 특수교육 학생에 세상과 소통 역할”

책 소개

서양예술, 특히 르네상스에서 현대에 이르는 미술과 음악에 대한 입문서이다.

피아니스트인 작가가 세계적인 25명 화가들이 남긴 62점의 명화, 그리고 37명 음악가들의 명곡 67곡을 선정하고, 그들의 작품세계를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명화와 명곡을 유사한 주제나 모티프(motif), 작품 분위기 등으로 분류하고 나란히 짝을 지워 배치하고 있다.

두 분야에 대한 상보적 이해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고, 명곡이 흐르는 미술관에서 명화를 마주하는 듯한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작품의 토양이 된 개인사와 시대상을 통하여, 예술가의 독창성이나 천재성을 뛰어넘어, 그 시대의 삶과 사회를 엿볼 수 있는 사회학적 탐구활동의 기회도 가질 수 있다.

 

김신주씨(사진 오른쪽)와 고권일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이 제주영송학교 교정에서 독서대담을 나누고 있다.
김신주씨(사진 오른쪽)와 고권일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이 제주영송학교 교정에서 독서대담을 나누고 있다.

대담자

김신주: 제주영송학교 교사

장애학생들에게 참사랑으로 자활의 희망을 심는 특수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고권일: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농부.

고향에서 주경야독의 삶을 즐기고 있다.

고권일위원(이하 ’): 명화와 명곡의 숲을 산책하시고 난 후의 소감이 어떠신지요?

김신주씨(이하 ’): 반복되는 일상에서 모처럼 눈과 귀가 밝아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술 은 건조한 삶에 꿈과 같은 희망이 되어 가슴을 뛰게도 하고, 삶의 노곤함과 상실감을 위로하는 눈물로 가슴을 적시기도 하는, 신비한 매력이 있죠.

: 명작을 잉태하기 위한 작가들의 산고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 명작들은 작가의 천재성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천재라 하더라도, 작품 제작 과정에서 간절한 성취욕이 없었다면 오늘날까지 큰 울림을 주는 명작이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작가의 천재성과 노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명화와 명곡이 탄생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천재성과 열정이 빚어낸 작품들 중에서, 인상적인 미술작품은 무엇이었나요?

: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회화, 조각, 건축, 의학, 과학 등 다방면에서 놀라운 업적을 이뤄낸 천재이죠. 스케치한 작품들만 보더라도 세밀한 관찰력과 탐구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최후의 만찬은 수년에 걸쳐 완성되어진 것으로, 단연 여러 면에서 돋보입니다. 열두 제자의 섬세한 인물 묘사를 위하여, 해부학적으로 사람의 두상과 근육까지 일일이 연구했기에, 각 인물의 얼굴 표정과 특징들이 너무나 생동감이 있고, 제자들의 심리적인 상태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 특별히 새롭게 다가 온 작품은 무엇이었습니까?

: 밀레의 만종을 감상하면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들었던 시간은, 바쁜 일상과 황량한 도시를 벗어나 초원에 있는 듯 심신에 여유가 생겨 행복했습니다. 일몰의 시간,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기도를 드리는 농부 부부의 하늘 위로, 바이올린의 가장 낮고 굵은 G선의 선율이 유장하게 흐르는 상상을 하니, 절로 힐링이 되었어요.

특히 유명화가로서의 명예를 스스로 버리고, 파리 외곽의 농촌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그림을 그렸던 밀레의 삶이, 기교를 부리기 어려운 바이올린 G선의 음색과 어울려 더욱 진솔하고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생전에는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사후에야 인정받은 안타까운 예술가들도 적지 않았죠?

: 그 중에서도 빈센트 반 고흐를 꼽고 싶어요.

‘starry starry night’로 시작되는 ‘Vincent’라는 팝송과, ‘Loving Vincent’라는 영화만 보더라도 그를 추모하는 팬심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죠. 게다가 인상적인 유화작품들은, 요즘 생활 도처에 인쇄물이나 영상물로 복원되어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흐가 살았을 당시는 예술성을 인정받지 못하여 가난과 외로움, 질병으로 고통 받았기에 삶의 아이러니를 절감합니다.

: 책 표제처럼, 클림트의 작품 속에서 베토벤은 들을 수 있었나요?

: 왜 클림트와 베토벤이 연결 고리인지 처음에는 의아했어요. 그런데 클림트의 온 세계에 보내는 입맞춤1902년 베토벤에게 헌정한 베토벤프리즈라는 그림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오페라 가수였던 어머니에게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물려받아 베토벤을 존경하게 되고 그를 기념하는 작품을 그렸다고 합니다.

작가는 클림트와 베토벤의 작품인 키스와 피아노 소나타 월광, 불안한 사랑을 모티브로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클림트가 평생 정신적 반려자로 삼았던 플레게와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키스를 보고 있으면, 귀족 명문가의 딸이었던 줄리에타와의 이루지 못한 사랑에 절망하는 심정을 표현했다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이 들려온다는 것이죠.

: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그림과 음악 같은 예술 감상은 어떤 교육적 의미가 있나요?

: 특정 색채에 반응하는 독특한 학생들이 있습니다. 강렬하고 원색적으로 대담하게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구요. 사물의 특징을 묘사할 때도,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특징적으로 독특하게 표현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일반화되지 않은 개성적인 작품들 이 많이 나온다고 할까요? 마치 피카소처럼 말이죠. 그래서 전문가의 손길로 그들의 개성을 발현시키고 예술성을 길러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한편, 다른 소리에 일체 반응과 관심을 보이지 않는 중증의 학생이라도 음악에 대해서는 반응을 하며, 설령 음악이 안 들린다 하더라도 음파의 진동에 반응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그래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에게 자신과 세상을 소통시켜주는 기제로서, 음악과 미술은 아주 중요한 교육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학교에서 독서지도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 일반적으로 독서는 문해가 되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 중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보면서 스토리텔링을 하고, 덧붙여 음악까지 함께 들려주면 효과적입니다. 융합적인 접근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죠.

: 더욱 가열찬 독서를 통해, 선생님과 학생들이 더욱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가꿔 나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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