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전자-방광염에 좋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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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열, 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마을길이 시멘트로 포장되기 전 길가에 흔한 잡초로 질경이가 있었다. 질겨서 질경이인지 잘 끊어지지도 않는다. 한자어로는 차전초(車前草)로서 수레 차(車), 앞 전(前) 자를 써서 수레가 드나드는 길가에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그 씨앗은 까맣고 작은데 ‘차전자’라는 한약재로 쓰인다. 차전자(車前子)는 질경이(Plantago asiatica Linne) 또는 털질경이(Plantago depressa Willdeno)의 잘 익은 씨이다.

길가에 잘 자란다는 것은 햇볕을 좋아하는 양지식물임을 의미한다. 한의학적으로 본초의 약성은 대체적으로 음지식물은 따뜻한 성질이 있고 양지식물은 찬 성질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서식 환경을 이기는 자연적 성질을 착안한 해석이다.

양지식물인 만큼 차전자도 기본적으로 열을 끄는 찬 성질이 있다. 차전자의 대표적 효능인 이뇨통림(利尿通淋)의 효능도 찬 성질 때문이다. 차전자는 소변을 원활하게 하여 임증(淋證)을 치료한다. 임증은 소변이 시원하지 않고 따끔거리는 증상을 의미한다. 지금의 급성 방광염이나 전립선염에 해당한다.

여름철 설사에도 좋다. 소장에는 비별청탁(泌別淸濁)라고 하여 소화된 음식을 청탁(淸濁)으로 즉 대소변으로 나누는 한의학적 기능이 있다. 차전자가 이 기능에 작용하여 소변을 원활히 함으로써 설사를 그치게 하는 것이다.

 

차전자
차전자

또한 거담(祛痰)의 작용이 있어 폐열(肺熱)로 인한 기침, 가래에도 쓰인다. 열증의 기침, 가래는 목이 마르면서 아프며 가래도 많지 않고 누르며 진득진득한 형태를 지닌다.

눈을 맑게 하는 명목(明目) 효능도 있다. 간열(肝熱)로 인한 결막염 등의 목적종통(目赤腫痛)이나 안구충혈의 치료에 응용된다.

잎을 아우르는 전초인 차전초(車前草)도 약전에 등재되어 있다. 약성이 다소 약하겠지만 차전자와 비슷한 효능을 지닌다. 동의보감에는 어린 잎을 따서 국을 끓이거나 나물을 무쳐 먹어도 좋다고 하였다.

이뇨통림약에 속한 약재는 강하게 열을 끄는 사약(瀉藥)이라 대개는 임신금기약에 해당한다. 하지만 차전자는 이뇨통림약이면서도 독성이 없어 무난히 쓸 수 있는 편이다. 하지만 습열(濕熱)이 없거나 허한(虛寒)한 자는 복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씨앗을 싸고 있는 껍질인 차전자피는 기능성 소재로서 콜레스테롤과 변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단, 이 경우에 쓰는 질경이(Plantago ovata 또는 Plantago spp.)는 대개 수입 원료로 우리가 접하는 질경이와 종이 다르다.

제주어로 ‘배체기’라 불렸던 질경이를 토끼가 좋아하는 풀로만 기억했다. 우리 주위에 풀 한포기 하나하나가 귀한 약재로 쓰일 수 있다. 사진을 찍으러 찾아 나서니 이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모를 때는 무심히 가까이 있다가 알아 줄 때가 되니 다 숨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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