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답다’는 풍경과 느낌이 있는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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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 제주문화교육연구소 소장

2010년 이후 급속하게 증가하던 제주도의 순유입인구가 2018년 9월 467명으로 전년대비 62%가 감소했다. 주택은 준공 후 미분양율이 56%로 역대 최고치다. 통계치에 들어가지 않은 것까지 합치면 미분양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 섬 곳곳에 건축물들이 무자비하게 세워지고 있다. 새로 세워지는 건물과 확장되는 도로로 인해 사람들이 걸어야 하는 길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사람을 위한 유휴공간이 사라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미디어에서 자주 보여줬던 제주는 자연에서 바로 채취한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몇 년간 제주에 이주민이 증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은 정치(정책, 탈북이주), 경제(직업, 단기노동, 귀향, 불법이주), 사회(결혼, 건강, 교육, 재난, 종교이주), 문화(문화와 예술 관련자들이 활동 공간을 옮기는 것) 등 다양한 이유로 제주에 정착했다.

어떤 이유이든 사람들은 제주에서 ‘느림의 미학’이 있는 삶을 원했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변화되는 환경과 생산성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고,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 있는 곳, 그래서 심신이 건강해 질 것 같은 치유의 섬을 찾아왔다.

그러나 지금 제주의 모습은 어떠한가. 작은 땅이라도 있으면 건물을 짓고, 오름이 잘리고 옛 집이 헐리며 여기 저기 뚫리는 도로는 자가용과 렌트카족들의 이동을 더욱 빠르게 하고 있다. 중산간의 자연 속에 들어서는 국내외 자본력에 의한 리조트건설과 전원주택이라는 명목으로 지어지는 주택들로 나무들이 잘리며 제주의 자연경관이 사라지고 있다.

주인인 우리가 제주 자연을 소홀히 여기는 동안 일부 외지 사람들이 산악자동차와 산악자전거를 타고 지금도 오름을 달리고 있다. 해안가의 개발로 화산석들이 묻히고 바닷물의 흐름이 바뀌어 정체된 물이 섞어가고 해안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 소비와 판매를 위해 지하수를 무리하게 퍼 올리고 있다. 무계획적인 개발은 자연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 세계자연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제주도를 병들게 한다.

제주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경제에 초점이 맞춰지고 급속한 인구증가와 개발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육지 사람들에게 제주는 ‘살고 싶은 곳’이었다. 그러나 환경이 파괴되고 있고, 시간과 관계없이 막히는 교통흐름과 주차난, 비싸지는 임대료와 국적을 불문한 다양한 사람들이 유입되고, 사건사고가 증가하는 제주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이 제주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칫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경제적 관점에 의한 이익을 강조한 변화보다는 ‘제주도답다’는 풍경과 느낌이 있는 개발이여야 한다.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익숙한 자연과 공존하며 지속적으로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에 접한 마을은 주민의 행복과 자연생태계를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을 했다고 한다. 해안도로를 자연 상태로 복구해 단절됐던 생태 순환을 회복하고, 기존 가옥들을 존중하고 보호했으며, 신축 시 가파도 특유의 나지막한 지형과 어울리도록 했다는 소식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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