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로 주북한 대사 겸직
대북 제재 목적 아닌 수단
14일 원 지사와 면담 예정
“대북 제재상황에서 제주감귤이 북한으로 간 것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상징이 됐습니다.”
제주를 찾은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48)는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1~12일 제주감귤 200t이 북한에 전달된 데 대해 “남북 긴장 완화의 분명한 상징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계 첫 주한 호주 대사인 그는 2016년 12월 한국에 부임했으며, 주 북한 대사도 겸직하고 있다.
최 대사는 “대북 경제 제재가 유엔 안보리가 의결한 국제규범이지만 경제 제재는 평화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어야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한라산 방문 가능성에 대해 최 대사는 “내년 초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앞서 김정은 위원장의 한국 답방이 예견돼 있다”며 “한라산 방문과 같은 희망들이 시발점이 돼서 고립된 북한이 외부세계로 나오고 비핵화의 길을 걷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미의 기 싸움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보호무역주의로 열강들의 긴장이 촉발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 정책’에 대해 그는 환영한다고 밝혔다.
최 대사는 “북한의 비핵화는 미·중·일·러뿐만 아니라 호주와 인도, 인도네시아 등 태평양 국가를 아우르는 신남방 정책으로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며 “한국과 미국처럼 호주와 미국은 민주주의 파트너십이지만 호주와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가 간 양자 측면과 함께 다자 측면에서 협업하고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6년 한국에 부임할 당시 남북 긴장은 최고조였다. 그러나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한 번의 북미정상회담으로 현재의 남북 정세는 완전히 바뀐 만큼 북한이 진지한 태도로 비핵화를 이행하도록 호주 정부는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사로 부임 후 여덟 차례나 제주를 방문한 그는 “호주와 제주는 관광과 목축을 주요 산업으로 두면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공통점이 있다”며 제주의 환경문제 대해선 개발 우선주의보다 천혜의 환경을 보존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제주지역 청년 일자리와 교육에 대해 최 대사는 “호주는 교육과 복지시스템이 최고 수준이며, 전 세계 100대 대학 중 6개가 호주에 있다”며 “교육방식은 학생들에게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를 배양하는 데 초점을 두면서 국제무대 경쟁에서 이겨내고, 더 나은 기술을 연마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는 한국 교민 15만명이 정착할 만큼 다양성이 공존하는 이민사회로 구성됐고, 세계 각국의 좋은 장점과 영향력을 흡수하고 있다”며 “제주 역시 교육과 복지시스템을 강화하고 자연환경을 잘 간직해 누구나 가고 싶은 섬이 됐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네 살 때 호주로 이민을 간 그는 시드니대학교를 졸업한 후 1994년 1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호주 외교관 시험에 합격한 엘리트 관료다.
호주 정부 최초의 한국계 외교관이자 대사인 그는 14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만나 제주가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등에 대해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