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근-지혈에는 연근, 삽정에는 연자육
연근-지혈에는 연근, 삽정에는 연자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송상열, 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지인의 노모가 어느 날, 코피가 멎지 않는 증상을 호소했다. 솜으로 막아도 좀처럼 지혈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병원 응급실은 멀고 교통도 불편한 상황이라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었다.

이러한 출혈 증상에 도움이 되는 약재로 한약재 우절, 즉 연근이 있다.

우절(藕節)은 연꽃(Nelumbo nucifera Gaertner)의 뿌리줄기의 마디이다. 수렴지혈약(收斂止血藥)에 속하여 비출혈(鼻出血), 객혈(喀血), 토혈(吐血), 혈변(血便), 혈뇨(血尿), 혈붕(血崩) 등 각종 출혈 증상을 치료한다. 비출혈은 코, 객혈은 폐, 토혈은 위장, 혈붕은 생식기로부터 유래하는 출혈을 의미한다.

우절을 생용(生用)하면 어혈을 풀면서 지혈하여 열로 인한 출혈증에 적용하고, 초탄(炒炭)하면 수렴지혈 작용이 우세해져 허한성(虛寒性) 만성 출혈증에 적용한다. 초탄은 한약재 수치법의 하나로 까맣게 또는 황갈색으로 볶는 방법이다.

문헌에 단방으로는 비출혈이 멎지 않을 때 연근을 찧은 즙을 마시는 동시에 코 안에 떨어뜨리면 좋다고 처방하고 있다.

코피는 대개 비중격의 앞부분에 위치한 키셀바하 부위(Kiesselbachs area)에서 발생한다. 이 부위는 혈관이 약하여 코를 후비거나 외상에 의해 쉽게 피가 난다.

 

연자육
연자육

지인의 노모는 비강의 후방부에 출혈이 생겨 병원에서도 지혈에 애를 먹은 경우이다. 혈전 용해제를 복용하는 경우라면 더욱 지혈이 어려울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출혈 증상에 혈열(血熱), 음허(陰虛), 어혈(瘀血), 기허(氣虛) 등 그 원인에 따라 적절한 약재를 배합하여 근본을 도모한다.

예를 들어 비기(脾氣)가 약하면 섭혈(攝血)하지 못하는데, 이로 인해 출혈이 발생하면 지혈약에 비기를 보하는 약을 배합한다.

한편 연꽃의 씨인 연자육(蓮子肉)도 약재로 쓰인다. 연자육은 수삽약(收澁藥)에 속해 고삽(固澁) 작용을 하는데, 고삽은 정액, 소변이 저절로 새거나 오래된 설사 그리고 여성의 대하가 흘러내리는 등의 증상을 잡아주는 것이다.

연심(蓮心)은 연자육의 배아(胚芽)로서 안신(安神) 작용이 있어 불안증을 잡아주어 불면증에도 좋다. 또한 연수(蓮鬚)는 연의 꽃술로 정액이 새어나가는 것을 잡아주는 삽정(澁精)에 특히 효과가 있다.

제주에서는 애월읍 하가리의 연화지(蓮花池)가 연꽃으로 유명하다. 연화지(蓮花池) 바로 옆에는 아담한 모습으로 이목을 끄는 더럭초등학교가 있다. 본래 작은 분교였는데 최근에 초등학교로 승격했다고 한다.

시골 분교가 학교가 될 만큼 사람들이 모여들었다니, 혹시 이 또한 연화지 연꽃의 효능은 아니었을까? 연꽃의 지혈, 삽정 효과처럼 사람들이 떠나지 못하도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