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환자를 본 것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어떤 유형인지도 모르는 환자를 위해서 대기하는 것은 스트레스 강도가 아주 다를 거라 생각이 된다.” 지난 2월 4일 순직한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중증 외상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 대해 언급한 말이다. 중증외상이 무엇이기에 스트레스 강도가 이렇게 다른가 생각해본다.
중증외상은 교통사고, 추락사고 등 일반 응급실에서의 처치 범위를 넘어서는 다발성 골절, 출혈이 발생하는 외상을 뜻한다. 쉽게 말해 죽을 수 있는 손상이다. 예부터 맹수에 의한 손상, 실족사고, 무기를 이용한 싸움 등 인류는 중증외상에 항상 시달려 왔다. 당시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었기에 대부분의 중증외상환자들은 사망에 이르렀다. 20세기에 이르러 마취, 수술, 수혈, 항생제 등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중증외상환자들의 생존율이 높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산업혁명 이후 자동차, 중장비, 고층건물 등이 증가하며 고위력 (high energy) 사고가 증가함에 따라 중증외상환자들의 발생률도 높아졌다. 특히 산업은 발전하였으나 안전의식 및 응급의료체계가 미숙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러한 중증외상환자들의 사망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뇌, 심장, 폐 같은 주요장기가 다치면 사고 즉시 사망에도 이를 수 있으며 치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영구적인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 외 장기라도 손상이 크거나 치료가 지연되면 과다 출혈, 영구적 장기 손상으로 사망 또는 심각한 장애를 입게 된다. 특히 흉, 복강 내 출혈은 외부출혈이 안보이기에 심각하다고 인지되지 않아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중증외상 환자의 치료는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같은 외과의사들 뿐만 아니라 마취과, 내과, 영상의학과 등 많은 분야의 전문의들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이런 복잡한 손상을 총괄할 수 있는 외상외과 의사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외상센터는 이러한 의료진들이 있는 종합병원에 있어야 하며 특화된 인력과 시설이 필요하다.
권역외상센터는 응급의료센터의 상위개념으로 이러한 환자들이 병원 도착 즉시 응급수술과 치료할 수 있는 외상전용 수술실, 중환자실, 병실 및 외상전용 의료장비, 그리고 외상세부전문의, 외상간호사, 코디네이터 등 외상전문 인력을 갖춘 센터를 말한다. 권역외상센터는 외상환자의 진료뿐만 아니라 외상의료에 관한 연구 및 외상의료 표준의 개발, 의료인 외상교육훈련, 대형 재해 발생 시 대응 등 지역의료체계의 필수 요소로써의 역할이 있다.